“강남권 경찰 최대 600명 물갈이”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서울경찰청 ‘유흥업소 상납’ 근절 대책… 강남-서초-수서 경찰서 8년이상 근무자

“베테랑 빠지면 수사공백” 지적도

서울 강남권 3개 경찰서의 장기 근무자들이 대대적으로 물갈이된다. 서울 강남지역 경찰관들이 안마시술소 업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극약처방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일 서울 강남, 서초, 수서경찰서에서 8년 이상 근무한 경위급 이하 직원들을 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비(非)강남지역으로 전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 유흥업소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하고, 최근의 경찰 조직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생활안전과나 지구대 등 ‘민원부서’뿐 아니라 형사, 수사과 등 대부분의 부서로 인사 대상을 확대했다.

현재 강남 지역 3개 경찰서에서 8년 이상 근무한 경찰관은 경찰서마다 150∼200여 명으로 전체 전보 대상자는 최대 6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3년 7월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납치강도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빚으면서 강남권 경찰 230여 명이 전보된 것보다 2, 3배 많은 ‘태풍급’ 인사 규모다.

경찰은 “강남서의 경우 8년 이상 근무자가 전체의 25∼30% 선이어서 인적쇄신 효과와 업무 연속성을 두루 충족시키기에 적정한 수치라고 판단했다”며 “경무, 경비과 등 대민접촉 부서가 아닐 경우 전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뇌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3개 경찰서 서장들은 지난달 28일부터 해당 직원들에 대한 심사 작업에 들어갔으며 이번 주 초 전보 대상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대규모 전보인사 방침은 인적쇄신으로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지만, 일회성 대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1998년 강남권 경찰서 장기근무자 1008명을 4대문 안으로 전출시켰지만 몇 년 뒤 비리경찰관들이 잇따라 적발됐다. 2003년 대규모 인사 이후에도 법조 브로커 김모 씨가 강남 지역 경찰들과 뒷거래를 한 사실이 2006년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 물갈이 인사의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전보 대상자에 형사, 수사과 경찰관까지 포함되면서 치안 역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원활한 수사를 위해 정보원 등 지역 사정에 밝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베테랑 경찰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옮기면 당분간 수사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 유흥업소 업주와 경찰의 유착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단속 무마 대가로 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경찰관 4, 5명에 대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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