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죽는 것도 맘대로 안되네”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8분


철로에 누워 자살시도한 50대 男

열차 지나친후 멀쩡히 기어나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철로와 평행으로 침목에 누운 50대 남자 위로 열차가 지나갔으나 그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23일 철도공안사무소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 4분경 경기 부천시 수도권 전철 1호선 중동역 철로에 누운 이모 씨(59) 위로 인천발 양주행 전철이 지나갔다. 기관사 최모 씨(36)는 그를 발견해 급제동했으나 20m가량을 지나쳐 버렸다.

최 씨는 “당연히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차 아래를 확인하는 순간 이 씨가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네’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기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철도공안사무소 관계자는 “철로 침목과 열차 차체 사이의 공간이 30∼40cm에 불과해 이런 상태로 누운 경우 차체 아래쪽 부품에 옷이나 신체 일부가 걸려 끌려가면서 끔찍한 변을 당한다”며 “철도 당국에 확인한 결과 이처럼 철도에 누웠다가 열차가 지나갔는데 살아난 적은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공안사무소 조사에서 “지난해 사기를 당해 5억 원가량 빚을 졌는데 갚을 길이 막막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철로에 누웠다”고 진술했다.

공안사무소는 이 씨를 열차운행을 10분 안팎 지연시킨 혐의(기차교통방해)로 입건하기로 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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