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로또’ 조상땅 찾기 몰린다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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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만1162명 1억8077만㎡ 찾아… 공시가 기준 1조9693억 ‘횡재’

상속권 있는 경우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신청

최고가 땅은 245억… 1인 평균 1억7600만원

광주 북구에 사는 이모(49) 씨는 지난달 15일 전남 담양군청 민원실을 찾았다.

지난해 9월 사망한 할아버지의 땅이 담양 어딘가에 있다는 얘기를 친척한테 들은 이 씨는 ‘조상 땅 찾기 서비스’를 신청했다. 지적(地籍) 전산 시스템을 통해 토지 소유 현황을 확인한 이 씨는 깜짝 놀랐다.

담양에 1만6751m²(시가 4000만 원 상당)뿐 아니라 장성에도 임야와 농지 1만3600m²(시가 6000만 원 상당)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왔는데 뜻하지 않은 횡재를 했다”며 “‘부동산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싱글벙글했다.

충북 괴산에 사는 김모(43) 씨는 지난해 8월 과거에 조상 땅이 많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에 반신반의하면서 충북도에 신청서를 냈다.

별다른 소식이 없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김 씨는 지난해 말 충북도로부터 고조부 명의의 논과 밭 2만165m²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1억8000만 원이지만 실제 거래가는 4억 원을 호가해 조상 덕을 톡톡히 봤다.

충북도 토지정보과 임태수 씨는 “최근 조상 땅 찾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들어 하루 평균 서비스 신청건수가 5, 6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 “내가 모르는 조상 땅이 없을까”

경제위기로 살림살이가 팍팍한 가운데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조상 땅 찾아주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서민이 크게 늘고 있다.

9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조상 땅 찾아주기’ 서비스로 1만1162명이 1억8077만 m²의 토지를 찾는 횡재를 했다.

공시지가 기준 1조9693억 원으로 1인당 평균 1억7600만 원 어치의 조상 땅을 찾은 셈이다.

‘조상 땅 찾기’는 과거 유산 상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토지의 소유권을 지방자치단체의 전산 시스템으로 확인해주는 서비스.

도입 첫해인 2001년 신청자가 1482명에 불과했지만 2006년 1만3201명, 2007년엔 1만9665명으로 13배나 늘었다. 지난해엔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었다.

전남도 토지관리계 김영신 씨는 “조상 땅 찾기가 늘어난 것은 그간 서비스 홍보 영향도 있지만 어려운 경제 여건 탓에 혹시 본인도 알지 못하는 조상 땅이 있는지 궁금해 신청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조상 덕 보는 사람은 절반 정도

조상 땅 찾기 서비스는 신분증을 갖고 가까운 시군 구청 민원실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 다만 재산권은 개인정보에 해당되는 만큼 땅 조회 신청은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 1960년 이전에 사망한 사람의 재산은 옛 민법에 의해 장자 상속자만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 가운데 조상 땅을 찾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서비스를 신청한 2만2671명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만1162명만이 운 좋게 조상 덕을 봤다.

지난해 개인이 찾은 가장 비싼 조상 땅은 서울 강남구의 대지 2210m²로 공시지가가 245억 원에 달했다. 가장 넓은 조상 땅은 충북 영동군의 임야 495만8678m²(공시지가 38억 원 상당)였다.

서비스 이용자 가운데는 민사소송이나 상속권 등으로 다툼을 벌이는 사람들이 증빙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조상이 살았을 때는 효도를 하지 않다가 사후에 재산을 찾으려고 한다거나 형제간 다툼의 빌미가 되는 경우를 보면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