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여교사 숨진 채 발견

  • 입력 2009년 2월 9일 03시 14분


휴대전화 끊긴 장소서 12km거리 개울서

경찰 “성폭행 뒤 살해 가능성 배제 못해”

제주시에서 실종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27·여) 씨가 8일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8일 오후 1시 50분경 김모(67) 씨가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봉 동쪽 자락의 농로 배수로에서 이 씨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씨는 실종 당시 입고 있었던 밤색 무스탕 점퍼는 그대로 입고 있었으나 치마와 팬티스타킹, 속옷 등은 벗겨진 채 시신 바로 밑에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1차 현장감식 결과 누군가 시신을 내려놓은 뒤 미처 은폐 또는 매장하지 못한 채 그대로 개울가에 두고 황급히 현장을 벗어난 것 같다”며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큰길에서 200m가량 떨어진 외진 곳이다.

제주 서부경찰서는 이르면 9일 이 씨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1일 오전 3시경 남자 친구 A(28·제주시 용담2동) 씨의 집으로 찾아가 신상 문제로 말다툼을 벌인 뒤 곧바로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의 휴대전화가 1일 오전 4시 5분경 애월읍 광령리 광령초등학교 인근 무선기지국에서 신호가 잡힌 뒤 꺼진 것으로 미루어 남자 친구 A 씨와 헤어진 뒤 1시간 사이에 이 씨가 납치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시간대를 전후해 제주시에서 이 씨의 집이 있는 애월읍에 이르는 도로상의 폐쇄회로(CC)TV 촬영기록을 분석했지만 아직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차량으로 납치돼 시신 발견 장소 인근에서 살해됐거나, 제3의 장소에서 살해된 뒤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용의 차량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이 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광령초교 인근 무선기지국과 직선거리로 12km가량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또 이 씨의 통화기록과 주변 인물들의 휴대전화 착발신 내용, 신용카드 사용명세 등을 확보해 수사를 벌였지만 실종 이후 금융거래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마지막으로 갖고 있던 인조가죽 가방은 6일 오후 3시 20분경 제주시 아라동 축협사거리 인근 밭에서 밭주인 소모(60) 씨가 발견했다. 가방에는 지갑과 휴대전화, 운전면허증이 들어 있었다. 또 이 씨가 타고 나간 승용차는 제주시 이도동 제주시자치경찰대 뒤 주택가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의 시신과 물건들이 발견된 장소와 휴대전화가 끊긴 곳 등을 중심으로 이 씨가 숨지기 이전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제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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