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점검/인천 앞바다 ‘쓰레기와의 전쟁’

  • 입력 2009년 2월 5일 07시 02분


여객선 운항 지연 관광객 ‘발만 동동’

한강 임진강서 유입… 年50만t 수거에도 역부족

그물차단막 설치 등 예산부족… 정부 지원 절실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윤덕(42) 씨는 지난달 바다낚시를 하기 위해 옹진군 덕적도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낚시를 하던 도중 휴대전화로 바이어의 급한 연락을 받고 인천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출항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도착했지만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연안부두와 덕적도를 오가는 여객선 추진기에 쓰레기가 걸려 연착된 것. 박 씨는 “배가 늦게 출항하는 바람에 사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인천 앞바다로 흘러드는 각종 쓰레기 때문에 인천 도심과 서해 섬을 잇는 여객선 운항이 지연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쓰레기는 스티로폼과 비닐, 폐 그물, 나무 조각 등이 대부분.

연안여객선은 상당수가 바닷물을 빨아들인 뒤 내뿜는 힘으로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워터제트 방식의 추진기를 장착해 이들 쓰레기가 추진기에 빨려 들어갈 경우 기관 고장 등을 일으킨다.

특히 장마철에는 쓰레기가 급증해 여객선이 고장 나는 경우가 잦아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 앞바다의 쓰레기는 주로 한강과 임진강 등을 통해 유입되고 있는데 인천시는 연간 50만 t 이상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시는 2001년부터 서울, 경기도와 함께 매년 55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분담해 용역업체에 맡겨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

특히 시는 2005년 30억 원을 들여 쓰레기를 직접 수거하기 위해 컨베이어와 크레인이 설치된 85t급 ‘인천 시 클린(Sea Clean)호’를 운항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이 쓰레기 처리 업무를 위탁한 해양환경관리공단도 매년 7억 원을 들여 청항선(淸港船) 3척을 투입해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기름 방제를 목적으로 건조돼 수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여객선 항로에 쓰레기가 많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더라도 조류에 휩쓸려 흩어져 버리기 때문에 완벽한 쓰레기 수거작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시는 서해로 흘러드는 쓰레기를 차단하기 위해 2003년 강화군 길상면 초지대교와 황산도 사이에 길이 500m의 그물 차단막을 설치해 큰 효과를 보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이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워낙 많은 쓰레기가 인천 앞바다로 유입되기 때문에 지자체의 예산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쓰레기 수거에 필요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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