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철강 포장로봇 만들고 나서 직원 안줄이게 노사고민

  • 입력 2009년 2월 3일 07시 00분


㈜삼정피앤에이

상용화되면 연간 100억대 국내시장 확보

노사협력 문화 앞세워 재도약 기회 맞아

“아침에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면 참 행복하다는 느낌이죠. 모두 어려운 때이지만 서로 배려하면서 힘을 모으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철강공단에 있는 ㈜삼정피앤에이 경영기획그룹에 근무하는 황성희(30·여) 씨는 2일 ‘10년째 근무한 소감’을 묻자 “회사도 가정, 사원은 가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철강제품의 포장을 주로 하는 이 회사는 최근 ‘사고’를 쳤다. 대부분 손으로 하는 포장 작업을 자동으로 완벽하게 처리하는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내외 관련 업체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조만간 이 포장로봇이 상용화되면 연간 100억 원가량인 국내 시장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도 판매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장은 철강제품이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고 각종 산업 현장에 안전하게 운송되도록 하는 데 필수인 분야.

이 회사는 1973년 설립 이후 36년 만에 새로운 도약을 할 태세다.

코스닥에 등록한 중견기업인 삼정피앤에이가 이런 주목을 받게 되기까지는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을 가능하게 한 가족 같은 ‘노사협력 문화’ 때문.

포항 본사 현관에 들어서면 그동안 이 회사가 받은 상패 등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상패는 △신노사 문화대상 기업 국무총리상(2003년) △보람의 일터 우수상 기업(2005년) △정부 공인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2005년) △사회봉사활동 대통령 표창(2006년) △노동부 노사문화 대상 수상(2007년) △모범 납세자 국무총리 표창(2008년) △무역의 날 50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등이다.

삼정피앤에이는 2001년 회사 이름을 바꾼 것을 계기로 ‘항구적 노사 평화선언’을 한 이후 지금까지 노사관계 때문에 갈등을 빚은 일이 거의 없다. 노사가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점점 더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 940여 명이 모두 참여하는 봉사활동은 이 회사의 소중한 ‘힘’이다. 1995년에 회사와 가까운 마을과 자매결연한 것이 계기였다.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마음’을 가꾸고 이를 회사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모범기업’이라는 칭찬 속에 지난해 매출액(3700억 원)도 2007년보다 45%가량 늘었지만 장병기(59) 사장은 요즘 걱정이 적지 않다. 안정된 기업 활동을 하면서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2006년 6대 사장에 취임한 그는 “포장로봇 개발로 산업계 전체로 보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만 동시에 우리 직원은 줄어들 수 있다”며 “로봇으로 대체되는 현장 직원들은 더 생산적인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노사가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