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그 골목엔 뭔가 있다]<7>수원 웨딩거리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경기 수원시 웨딩거리는 다양하고 실속 있는 웨딩상품을 내놓는 결혼 관련 업체들이 집중해 있어 예비 부부 사이에 인기가 높다. 2일 웨딩거리의 한 업체를 찾은 예비 신혼부부가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경기 수원시 웨딩거리는 다양하고 실속 있는 웨딩상품을 내놓는 결혼 관련 업체들이 집중해 있어 예비 부부 사이에 인기가 높다. 2일 웨딩거리의 한 업체를 찾은 예비 신혼부부가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불황? 거품빼기로 승부!

서울 비해 가격 크게 저렴… 예물-한복 등 원스톱서비스

1993년 결혼사진관 문연후 웨딩-여행 등 30여업체 모여

경기침체 딛고 공격 마케팅 “지금이 단골만들기 호기죠”

경기침체로 많은 업종이 불황을 겪고 있다. 결혼 관련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생의 새 출발인 결혼마저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게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도 계산기를 두드려 가며 결혼식 ‘거품 빼기’에 한창이다.

이 같은 불황 속에서 오히려 주목받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 수원시 ‘웨딩거리’. 서울의 유명 브랜드 업체들에 비해 가격이 쌀 뿐 아니라 선택의 폭까지 넓어 예비부부 사이에 인기가 높다.

○ 지방 웨딩거리의 ‘원조’

1993년 결혼사진을 전문으로 취급하던 ‘CF스튜디오’가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청 앞 사거리 근처에 문을 열었다. 이것이 오늘날 웨딩거리의 시초다.

이후 CF스튜디오는 1996년 ‘결혼만들기’라는 토털 웨딩업체로 바뀌었다. 이어 결혼 관련 업체들이 도청 앞 사거리부터 수원시청 사거리까지 약 1.5km에 걸쳐 잇달아 문을 열었다.

이렇게 모인 업체가 2000년대 초반 10여 곳의 토털 웨딩전문점을 비롯해 사진, 한복, 폐백음식, 여행사, 가구, 청첩장 등 업종별 매장까지 30곳을 넘어섰다.

대형업체 중심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이나 전통 있는 마포구 아현동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값싸고 실속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 올라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토털 웨딩업체는 서울지역에 비해 40만∼50만 원 이상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또 토털 웨딩에서 다루지 않는 예물이나 한복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업체들 간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서비스 향상이 이뤄져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결혼만들기’ 전영수(37) 이사는 “서울을 제외하고 지방 특정 거리에 결혼 관련 업체가 밀집한 곳은 수원이 처음”이라며 “이후 대구와 충남 천안시 등지에도 웨딩거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4월 결혼할 예정인 홍미현(31·여·경기 성남시) 씨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서울에 비해 가격이 싼 것 같아 웨딩거리를 찾았다”며 “직업 와보니 가격도 저렴하고 웨딩상품도 다양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불황이 오히려 기회

수원 웨딩거리에도 불황의 여파는 깊다. 토털 웨딩업체가 절반으로 감소하는 등 30곳이 넘던 업체가 20곳 안팎으로 줄었다.

‘스마일투어’ 정상영(34) 실장은 “10년 정도 여행업계에 있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요즘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며 “손님의 절반가량은 신혼여행을 기대 수준보다 훨씬 낮춰서 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은 업체들은 “경쟁이 적어진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며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공동으로 만든 인터넷 포털카페인 ‘수원해피웨딩’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온라인 상담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상담을 한 손님에게는 10% 안팎의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일부 업체는 그동안 중국산 자재로 만들던 사진 액자를 국산으로 바꾸는 등 오히려 품질을 높였다.

당장의 손해보다 2, 3년 뒤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다시 찾는 ‘단골’을 만들겠다는 것이 바로 수원 웨딩거리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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