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속여 유명 햄 제조사 수백t 납품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3분


구제역으로 수입금지된 中 ‘돼지창자 가공품’

지난해 구제역 발생으로 수입 금지된 중국산 ‘돈장(豚腸) 케이싱(돼지창자를 롤러로 가공한 소시지 껍질)’이 국내 유명 햄 제조업체에 대량 납품된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 7월 21일자 A12면 참조

“수입 美 돼지창자 中서 가공 의혹”

부산해양경찰서는 16일 수입금지 품목인 중국산 돼지내장 가공품을 미국산인 것처럼 속여 유통한 혐의(축산물 가공처리법 위반 등)로 축산물 수입업체 A사 대표 남모(46) 씨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B, C사를 수사 중이다.

또 이를 알고도 수입을 허가한 혐의(직무유기)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직원 4명을 조사하고 있다.

남 씨는 2006년 1월부터 최근까지 미국 W사의 돈장케이싱 365t(1277억 원어치)을 수입해 국내 햄 제조업체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광우병 우려로 수입 금지된 미국산 양 창자 케이싱 25t을 호주산인 것처럼 속인 혐의도 받고 있다. 남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B와 C사도 비슷한 기간 미국 3개 업체에서 돈장케이싱 427t(1495억 원어치)을 수입해 업체에 납품했다. W사 등 미국 업체는 중국 지사에서 제조한 돈장케이싱을 미국에 들여와 미국산으로 바꿔 한국에 수출했다가 미국식품안전검사국(FSIS)에서 수출금지를 당했다.

해경은 수의과학검역원이 미국 농림부에서 미국산이 아닌 중국산 돼지내장 가공품임을 통보받았으나 며칠 뒤 창고에 보관된 제품을 통관시켰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역원 측은 “검역을 받지 않은 제품은 보류할 수 있지만 문제의 제품은 검역을 마친 것이어서 유통되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내 소시지 가공회사들은 16일부터 돈장에 대한 검역당국의 원산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제품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돈장을 사용해 만드는 소시지는 전체 가공 소시지의 1∼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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