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편향 벗어난 균형서술이 중요”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1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관련 연수에 참가한 학교운영위원들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의 강연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홍진환 기자
1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관련 연수에 참가한 학교운영위원들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의 강연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홍진환 기자
서울교육청 역사 교과서 학교장-학부모 연수

“교장들 알면서도 바꾸지 못해… 선택권한 강화를”

내년 高 2, 3학년 교과서 이달말까지 변경 가능

서울시교육청은 10일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 등을 대상으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과 관련한 연수를 실시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서울 종로구 신문로 시교육청 강당과 서울 서초구 방배동 교육연수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과목으로 선택한 240개 고교의 교장과 학교운영위원을 대상으로 2시간 씩 연수를 벌였다.

이날 연수에는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의 교과서 검정제도 및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현황에 대한 설명과 허동현 경희대 학부대학 학장의 근현대사 교과서 6종에 대한 비교 분석 강의가 있었다.

허 학장은 강의에서 “민중적 민족주의 담론을 견지하는 한국사학계의 ‘과거사 청산’을 중시하는 성찰 중심의 역사 서술과 대한민국이란 국민 국가의 성공의 역사를 기리려는 뉴라이트진영의 ‘자긍의 역사’ 서술이 강도 높게 충돌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학장은 김구 선생과 이승만 박사를 예로 들며 “한쪽 인물만 너무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가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교운영위원 김 모 씨는 “좌편향도 우편향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게 아니다”며 “적어도 양측이 균형된 입장에서 서술돼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지역 고교의 B 교장은 “현재 우리 학교 교과서가 좌편향 시비에 몰려 있는 책”이라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방법을 몰랐고 엄두도 안 났는데 이번에 연수를 통해 바꿔야겠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서남부 지역 고교의 A 교장은 “일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모르는 교장은 없을 것”이라며 “학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권위를 살리는 일부터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수에 대해 전국역사교사모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수는 학교 자치의 상징으로 불리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애초부터 지녀온 교과서 채택권을 빼앗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위”라며 “불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교과서 채택 개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내년 1학기 고교 2, 3학년이 배우는 근현대사 교과서 주문은 학교별로 이미 끝난 상태지만 이달 말까지 주문을 변경할 수 있다.

검정도서 선정은 일선 학교 교사들이 평가한 뒤 3종을 선택해 학교운영위원회에 추천하면 학교운영위원회가 순위를 정해 학교장에게 통보하고 학교장이 최종 확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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