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완도군’의 힘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전남 완도군이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5500 전복먹기 100일 범국민운동 선포식’에서 어린이들이 다양한 전복요리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남 완도군이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5500 전복먹기 100일 범국민운동 선포식’에서 어린이들이 다양한 전복요리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멸치 읍장’ ‘전복 면장’… 전국서 1509명 위촉

수산물 홍보대사 역할… 20억원어치 판매

작년 지방자치발전 대상 등 상금 103억원

군 전체 세수입 162억의 63.5%에 달해

《“저는 전복면장입니다.” 1일 흥타령 축제가 열린 충남 천안시 삼룡동 삼거리공원. ‘청청해역 완도 수산물’이란 어깨띠를 두른 김경자(50·여) 씨가 전남 완도군 홍보 부스 앞에서 반갑게 인사하며 관람객 손을 끌었다. 백석동 통장인 김 씨는 축제가 열린 5일 동안 군청 직원들과 함께 600만 원어치의 해산물을 팔았다. 김 씨는 “고향이 충남 서천인데 완도 수산물 판촉을 위해 열심히 뛰다 보니 주위에서 ‘완도댁’이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완도군은 지난해부터 인터넷 공모를 통해 1509명을 ‘멸치읍장’ ‘넙치면장’ ‘흑염소면장’ ‘다시마이장’ ‘문어이장’ 등으로 위촉했다. 12개 읍면 특산품 이름을 딴 명예 면장이다. 이장 공모 이벤트는 김종식(57) 완도군수가 아이디어를 냈다.

손형팔(50) 완도군 시장개척팀장은 “전국의 사회단체장, 아파트 부녀회장, 동 대표 등을 위촉했는데 이들이 그동안 판매한 완도산 수산물이 20억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인구가 5만5000여 명인 완도군은 재정자립도가 10.9%에 불과하다. 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시책으로 열악한 지방 재정을 살찌우고 있다.

○ 자치단체 수익창출 모델

완도군은 8월 기획재정부 균형발전 특별회계 운영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10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예산을 꼭 필요한 곳에만 투입하고 회계를 투명하게 한 결과다.

이 상을 포함해 완도군은 올해 들어서만 동아일보사와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주관한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을 비롯해 지방경영자치대전 최우수상, 공공시설디자인 우수상, 프리미엄 브랜드 대상 등 13개 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지방자치 평가 부문 ‘그랜드슬램’인 지역산업정책 대상, 지방자치발전 대상, 지방자치경영 대상을 차지하는 등 무려 40개 상을 받았다.

지난해 시상금과 인센티브로 받은 돈만 모두 103억 원. 이는 지난해 군 전체 세수입 162억 원의 63.5%에 이른다.

김 군수 집무실의 벽시계는 거꾸로 돌아간다. 이 시계는 공직자가 먼저 사고를 바꿔 사물을 보라는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 군수는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의 평가에 앞서 연간 5∼6차례 테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행정, 건설, 농림, 수산 등 평가 업무를 사전에 파악한 뒤 팀장이나 7급 공무원 가운데 업무 경험이 풍부한 직원 7∼10명으로 팀을 꾸려 항목을 꼼꼼히 점검한다.

김 군수는 “늦어도 6개월 전부터 평가에 대비하고 직원들이 팀워크를 이뤄 다양한 정책을 입안하고 경영 역량을 발휘한 덕분에 많은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드라마 지원-전국 축제 방문 판매

완도군은 연간 국내산 전복의 80%인 3500t(1540억 원)을 생산하는 최대 산지다.

군은 6월부터 지난달까지 ‘5500 전복 먹기 100일 범국민운동’을 벌였다. ‘5500’이란 숫자는 ‘5000만 국민이 500g의 전복을 먹자’는 의미다.

과잉 생산으로 전복 생산 어민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대대적인 판촉에 나서 무려 1700t(750억 원)을 팔았다.

‘5500 전복 먹기’ 아이디어는 완도군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두 차례 실시하는 ‘혁신 시책 보고회’에서 나왔다.

완도군은 전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1년에 한 건 이상 아이디어나 시책을 내놓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행정에 반영된 시책만도 200여 건이 넘는다. 시책 보고회가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발로 뛰는 행정도 군을 알리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8월 15일부터 5일간 SBS 드라마 ‘식객’ 제작진이 완도에서 머무는 동안 군은 전담팀을 꾸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때 촬영분은 추석 직전에 방영돼 전국에서 수산물 주문이 쇄도하는 등 명절 특수를 누렸다.

직원들은 ‘최경주 마케팅’을 통해 수산물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완도가 고향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경주(38·나이키골프) 선수가 3월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완도 수산물 홍보 광고에 무료로 출연할 때 해프닝이 있었다. 최 선수가 벙커 샷을 할 때 완도군은 ‘건강의 섬 완도’라고 쓰인 골프공을 써달라고 부탁했으나 소속사 측은 소속사 로고가 있는 공을 사용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직원들이 최 선수를 만나 “최 선수와 전국 수산 건어물 생산 1위인 완도의 이미지가 맞아야 홍보 효과가 있다”며 설득했다. 결국 최 선수는 고향 이름이 쓰인 골프공을 사용했고 완도 수산물 매출은 껑충 뛰었다.

완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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