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 ‘北 비아그라’ 팔아 공작금 조달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대북무역회사 세워 수입… 정부 지원금 9000만원 받아

검거된 여간첩 원정화 씨는 북한에서 ‘정력제’로 통하는 약품을 대량으로 들여와 간첩활동에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수사본부가 27일 공개한 증거물 100여 점 중에는 ‘천궁백화(天宮白花)’라는 건강보조식품과 안궁우황환(우황청심환의 일종) 등의 약품이 포함됐다.

천궁백화는 짙은 갈색 유리병에 담긴 초록색 캡슐로 일종의 건강보조식품.

유리병 겉에는 ‘삼지구엽초 추출물’ ‘남녀의 성기능을 높여준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제조회사는 조선부강제약주식회사로 표시돼 있다. 한국에서도 북한판 ‘비아그라’로 불리며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씨는 자신이 세운 회사를 통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천궁백화 등의 약품과 수산물 2만6000달러 상당을 국내로 들여왔다. 원 씨는 이를 팔아 공작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천궁백화를 병당 4만 원씩에 판매했다”고 말했다. 군 인사를 포섭할 때는 천궁백화를 선물해 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원 씨는 한국 정부로부터 탈북자에게 주어지는 정착금 3700만 원과 매달 생계비 70만 원 등 모두 9090만 원을 지원받았다.

탈북자 신분을 역이용해 대북 무역사업으로 합법적으로 돈을 벌어 북한에 송금하는 등 ‘자립형 간첩’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2006년 2월부터 Y무역, J무역 등을 운영하면서 중국에 있는 북한 보위부와 3억1400만 원 상당의 북한 물건을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 씨는 탈북자 지원금과 대북무역 수입금 등으로 마련한 5만5000달러를 북한 청진에서 동생이 운영하는 외화상점에 투자하기도 했다.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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