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시위’ 주도세력 교체…강경 시위꾼 득세

  • 입력 2008년 8월 19일 20시 07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핵심 지도부가 체포영장 발부로 조계사에 장기간 고립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주도 세력이 강경파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의 시위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회원을 주축으로 한 누리꾼과 한총련, 전대협 등 신구 학생 운동권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시위 초반부터 대책회의 내부에서 강경 투쟁을 주장해온 '매파'다.

시위의 주도권이 이들 강경파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5월말 불법적 차도 점거가 본격화한 때부터다. 시민단체 등 오프라인 출신의 대책회의 내부의 다수파는 당시 평화적 준법시위의 틀을 지키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강경파 주도의 차도 점거와 가두시위가 예상을 깨고 일반 시민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점차 커졌다.

시위의 열기가 극에 달한 6월에는 강경파가 대책회의의 통제를 확연하게 벗어나기 시작했다. 광화문 일대 시위에서 대책회의의 방송차량이 해산을 권유하고 사라진 이후 시작되곤 했던 폭력시위를 주도한 것도 이들이었다.

대책회의 지도부가 조계사로 숨어든 이후, 시위의 주도권은 완전히 강경파에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대책회의도 15일 시위처럼 민주노총 등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평일의 수십, 수백 명 단위 집회는 자신들이 사실상 통제력을 잃었다고 인정하는 상황이다.

시위 현장에서는 이 때문에 '평일 집회에 대책회의 관계자가 나타나는 이유는 시위를 이끌러 오는 것이 아니라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농성의 명분과 힘을 모두 잃은 대책회의 지도부가 불교계가 주도하는 27일 집회 이후 경찰에 자진 출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고라의 강경파 누리꾼 사이에서는 15일 광복절 시위 이후 대책회의를 대신해 투쟁을 이끌 새 지도부를 꾸리자는 의견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실버샤크'는 "온건파 1만 명보다 강경파 500명의 힘이 더 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같은 시위 주도세력 교체가 폭력적인 '게릴라성' 거리 시위의 장기화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아고라 회원 등 누리꾼이 주축이 됐던 9일과 16일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부근 시위는 염산병이 등장하고 대규모 투석전이 벌어지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과격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인터넷에는 폭력시위를 선동하는 글이 부쩍 늘고 있다.

아이디 '넙띠기'는 "돌을 던지면 처음에는 언론의 비난을 받겠지만 그럴수록 여론화, 이슈화가 돼 유리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전성철기자 dawn@donga.com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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