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8월 11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정해진 학령기에 맞춰 초중고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공부와는 아예 담을 쌓던 우리나라의 학습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사회 변화상에 맞춰 대학들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평생교육원을 통해 선진국처럼 성인들도 공부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며 새로운 직업이나 자격증을 얻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 평생교육원은 제2의 대학 교육
대학이 대학생이 아닌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 과정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당시 대구 계명대가 실시했던 ‘여성을 위한 시민강좌’는 남성에 비해 배움의 기회가 적었던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학의 평생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과 법안이 속속 이어지면서 1986년 3개에 불과했던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은 지난해 375개로 급증했다.
평생교육원은 대학이 갖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과 교육 노하우를 활용해 누구나 ‘제2의 대학 교육’을 받을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회봉사 기능을 하기도 한다.
대학도 수익과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평생교육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김경자 가톨릭대 평생교육원장은 “대학마다 지역 특성이나 수요에 맞춰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하면서 평생교육원을 찾는 사람이 매년 늘고 있다”며 “교수들이 교육과정 개발이나 강의에 직접 참여해 교육의 질이 높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 다양한 분야의 강의
대학 평생교육원이 가르치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직업 전환을 통한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창업이나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과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각 대학이 강의를 늘리고 있는 바리스타 과정이 대표적이다. 급증하는 커피 전문점 창업에 맞춰 다양한 커피를 만드는 기술뿐만 아니라 경영 노하우까지 알려준다.
대학이나 협의회 명의로 발급되는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과정도 인기다.
심리치료 전문가나 카운슬러, 예체능 지도자, 음악 교사, 독서 논술 지도자 등 쓰임새가 많은 자격증 취득 과정은 입학 경쟁이 치열할 정도다.
‘돈이 되는’ 과정 역시 늘 문전성시다. 부동산 과정이나 경매 관련 과정은 현직 공인중개사들도 많이 수강할 정도로 알짜 정보가 많다는 평가다. 재테크 관련 강좌는 주부부터 고소득 전문직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수강생이 몰린다.
○ 교과부도 적극 지원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교육과학기술부는 6월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활성화 사업 계획’을 신설했다.
교과부는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이 지역 사회 실정에 맞는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도록 올해 18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아직도 일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은 인문교양이나 생활체육 등 기초적이고 학위와 무관한 과정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가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평생교육의 질을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미국 대학들이 시간제 학생의 교육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성인 계속 교육부’ △영국 대학들이 지자체와 함께 지역사회 성인교육을 진행하는 ‘교외 교육부’ △프랑스 대학들이 노인들에게 교양 수준을 넘어서 고령자의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교육하는 ‘제3세대 대학’ 등을 좋은 사례로 보고 있다.
교과부는 대학을 대도시형, 지역 거점 도시형, 소도시형으로 분류해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도록 학교당 2000만 원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食공간연출… 뉴타운 분석… 바리스타… 톡톡 튀는 이색전공 많아요▼
수많은 평생교육 프로그램 중에서도 톡톡 튀는 이색 과정이나 취업과 직결되는 과정은 개설과 동시에 수강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숙명여대가 지난 학기에 개설한 식(食)공간연출 전공 과정은 식사를 하는 것이 하나의 고급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요리와 메뉴, 식공간을 모두 조화시키는 유망 전문직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톨릭대가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뉴타운 분석사와 토지분석 컨설턴트 과정은 인근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필수 코스로 꼽힐 만큼 인지도가 높다.
부동산 분야에 강한 건국대가 운영하는 부동산아카데미의 경매, 부동산 디벨로퍼, 부동산재개발 뉴타운 투자 등의 과정은 부동산 고수들이 몰리는 알짜 강좌다.
고려대가 운영하는 커피전문가 과정은 바리스타 2급 응시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한양대가 운영하는 쇼콜라티에(수제 초콜릿) 과정은 한양대 총장 명의의 자격증을 받을 수 있어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 인기다.
이화여대가 운영하고 있는 특화된 교육 과정은 학원 관계자를 포함한 교육 종사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있다. 북아트 지도사 교육과정, 어린이 미술관 교육 큐레이터 과정, 학원 실무 전문가 교육과정 등이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경희대가 운영하는 학점은행제 프로그램은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수강 경쟁이 치열하다. 선수과목으로 필요한 일반생물학, 분자생물학, 물리학, 유기화학, 일반화학을 경희대 교수들이 직접 강의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