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대문 경찰서 강력1팀 소속 오모(47) 경위는 27일 오전 1시경 서울시청 앞에서 코리아나 호텔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김모(48)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오 경위는 "김 씨를 체포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미란다원칙을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량에 태워진 김 씨가 시위대를 향해 "잡혔다"고 소리를 지르자 주변에 있던 시위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오 경위를 에워 싼 채 "왜 사람을 납치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오 경위는 자신이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혔지만 시위대는 오 경위를 차에서 끌어내 마구 폭행했고 체포했던 김 씨는 달아났다.
오 경위는 시위대에 의해 서울광장 한쪽 구석에 설치된 칼라TV가 있는 쪽으로 끌려갔다.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민변 소속 이덕우 변호사는 시위대 측과 오 경위의 얘기를 모두 들은 뒤 정황 상 오 경위가 불법체포감금죄를 저지른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판단해 오 경위의 신병을 남대문서장에게 인계했다.
시위대 측과 이 변호사는 오 경위가 경찰관 신분이어서 신병을 경찰에 넘기면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처음에는 검찰에 인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남대문서장에게서 공정한 조사를 약속받고 오 경위의 신병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9일 "호텔 기물을 부수는 현행범을 현장에서 체포하는 경찰의 공무집행에 대해 시위대가 경찰을 막고, '현행범 체포'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공무집행 방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행범 체포는 경찰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반 시민도 할 수 있다. 바로 옆에서 사람을 납치해 가려는데 그걸 가만 내버려 둘 수 있냐"며 "시민들은 오 경위를 남대문서에 넘기지 말라고 했지만 남대문서장에게서 공정한 수사를 약속받고 신병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