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기물 파손 현행범 체포한 경찰관, 민변이 ‘납치범’ 주장

  • 입력 2008년 6월 29일 20시 00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가 촛불 시위에 참가해 언론사 측의 기물을 파손한 혐의의 40대 남성을 체포하려던 경찰관을 '납치 현행범'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남대문 경찰서 강력1팀 소속 오모(47) 경위는 27일 오전 1시경 서울시청 앞에서 코리아나 호텔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김모(48)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오 경위는 "김 씨를 체포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미란다원칙을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량에 태워진 김 씨가 시위대를 향해 "잡혔다"고 소리를 지르자 주변에 있던 시위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오 경위를 에워 싼 채 "왜 사람을 납치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오 경위는 자신이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혔지만 시위대는 오 경위를 차에서 끌어내 마구 폭행했고 체포했던 김 씨는 달아났다.

오 경위는 시위대에 의해 서울광장 한쪽 구석에 설치된 칼라TV가 있는 쪽으로 끌려갔다.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민변 소속 이덕우 변호사는 시위대 측과 오 경위의 얘기를 모두 들은 뒤 정황 상 오 경위가 불법체포감금죄를 저지른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판단해 오 경위의 신병을 남대문서장에게 인계했다.

시위대 측과 이 변호사는 오 경위가 경찰관 신분이어서 신병을 경찰에 넘기면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처음에는 검찰에 인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남대문서장에게서 공정한 조사를 약속받고 오 경위의 신병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9일 "호텔 기물을 부수는 현행범을 현장에서 체포하는 경찰의 공무집행에 대해 시위대가 경찰을 막고, '현행범 체포'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공무집행 방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행범 체포는 경찰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반 시민도 할 수 있다. 바로 옆에서 사람을 납치해 가려는데 그걸 가만 내버려 둘 수 있냐"며 "시민들은 오 경위를 남대문서에 넘기지 말라고 했지만 남대문서장에게서 공정한 수사를 약속받고 신병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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