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삼아…” 중학생들 슈퍼에 화염병

  • 입력 2008년 6월 22일 19시 45분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에 얼마나 큰 책임과 처벌이 뒤따르는지 전혀 알지 못하더라구요."

재미삼아 화염병을 던져 슈퍼마켓을 불태운 고등학생 4명을 붙잡은 뒤 경기 일산경찰서 경찰관은 고개를 흔들었다.

김모(16) 고모(16) 군 등 고교 1학년 4명은 1월 17일 오전 3시경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의 모 아파트 단지 1층 상가에 있는 슈퍼마켓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다.

홍모(39) 씨의 슈퍼마켓 30㎡가량이 순식간에 타버렸다. 이 때 휴대용 부탄가스통이 폭발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인접한 상가 8곳의 유리창이 깨지는 등 재산피해가 5200만 원이나 됐다. 홍 씨는 아직까지 가게 문을 다시 열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 동창인 김 군 등은 졸업을 앞두고 사고 전날 밤에 모였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놀랄만한 일'을 찾기로 했다.

이들은 결국 가까운 주유소에서 휘발유 1L를 사서 소주병과 주스병에 부은 뒤 휴지로 입구를 막아 화염병을 만들었다.

슈퍼마켓 앞 화분을 맞추기로 하고 화염병을 던졌는데 1개가 불을 일으키면서 금세 건물 안으로 번졌다.

경찰은 아파트 단지의 폐쇄회로(CC) TV를 분석해 청소년 3, 4명이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하지만 신원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인근 중고교에서 탐문 수사를 계속한 경찰은 이들의 범행사실을 전해들은 선배와 친구를 찾아낸 뒤 20일 김 군 등을 붙잡았다.

김 군은 성적이 반에서 1, 2등을 다투고 다른 학생도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가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재미삼아 던진 화염병에 무거운 형벌이 뒤따르는 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순간의 무책임한 행동이 인생에 큰 오점을 남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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