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파업’ 시민의 힘으로 막았다

  • 입력 2008년 6월 19일 21시 43분


"파업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것으로 걱정했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줄이는 등 시민의식을 발휘하자 업체들이 백기를 든 것 같아요."

대구시 권오수(56) 자원선환과장은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열흘 이상 거부했던 업체들이 18일 오전 업무에 복귀하자 시민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불편을 참고 쓰레기 배출을 줄여 준 시민이 너무 고맙다. 명분 없는 집단행동은 통하지 않는다는 선례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음식물쓰레기 처리 업체 13곳은 7일부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음식물쓰레기 공공처리시설 증설 계획에 반발하면서였다.

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폐수의 해양투기가 2013년부터 전면 금지되자 공공처리시설(1일 300t 처리)을 2011년 7월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업체들은 공공처리시설이 생기면 처리 물량 부족으로 경영난이 우려된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다가 실력행사에 나섰다.

음식물쓰레기의 80% 가량을 처리한 업체들이 손을 놓자 달서구를 중심으로 아파트마다 음식물쓰레기가 넘쳤다. 악취가 심해 주민이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

대구시는 하루 평균 680여t가량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환경미화원을 24시간 근무시키는 등 비상대책에 나섰다.

파업이 길어지자 시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서구 상인동 S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입구에 '음식물쓰레기 반을 줄이자'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구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가 이런 움직임을 주도한 뒤 현수막이 600여개로 늘었다.

파업 4일 째인 10일부터 효과가 나타났다. 하루 평균 680여t 가량이던 음식물쓰레기가 550여t으로 19% 줄었다.

주민 박인숙(40·달서구 송현동) 씨는 "음식물 쓰레기는 물기를 제거해 양을 줄이고 일반 쓰레기 배출 횟수도 줄였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음식물쓰레기를 임시로 보관하는 장소를 마련하고 소각장 등 공공시설을 통한 처리량을 늘렸다.

또 공공처리시설 증설 계획을 원칙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업체들은 결국 대구시의 계획을 인정하고 협상에 나서기로 한 뒤 파업을 풀었다. 모 업체 대표는 "시민이 불편을 겪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쓰레기 감량 등 근본적인 대책이 중요하다. 업체의 고충도 고려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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