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미소-인사-대화-칭찬…우리학교 ‘미인’ 짱!

  • 입력 2008년 6월 6일 06시 46분


‘고등학교에서 웬 미인대회?’

대구동부공업고(대구 동구 효목동)에서 이색적인 ‘미인선발대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학교의 ‘미인’ 기준은 특별하다. 평가 기준은 ‘미소 짓고 인사하기’, ‘대화하고 칭찬하기’ 등이다.

이 학교는 올해 4월 전교생 1300여 명을 대상으로 ‘미인대칭’이라는 교내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 명칭은 ‘미소 짓고, 인사하고, 대화하고, 칭찬하기’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분위기가 생동감이 넘칠 정도로 달라졌다.

이 분위기에 맞춰 준비한 미인대회는 지난달 19일 시작해 이달 17일까지 이어진다. ‘미인’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면 교직원들은 그때그때 ‘칭찬 토큰’을 건넨다.

명함처럼 만든 토큰의 앞면에는 ‘동부 미인이 되자’는 문구가 있고, 뒷면에는 학생의 이름과 날짜를 적는 빈칸이 있다.

교직원 100명의 지갑에는 동부 미인을 실천하는 학생에게 줄 토큰이 들어 있다.

토큰을 가장 많이 받은 학생을 학년별로 33명을 선정해 ‘동부미인 진·선·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상도 줄 계획이다.

토큰을 5개 받은 모터테크과 3학년 김경석(18) 군은 5일 “아침에 교문에 들어서면 누구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할까 생각한다”며 “힘든 것도 아니고 먼저 인사를 하니 서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전교생 가운데 여학생은 134명. 여학생들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남학생들의 태도를 반기고 있다.

토큰을 8개 받은 섬유디자인과 1학년 서지영(16) 양은 “평소 잘 웃지 않는 남학생도 인사를 건넬 때 웃는다”며 “학교에서뿐 아니라 집에서도 부모님과 더 많이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미인대회는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교직원들이 학생들의 인성을 고양하기 위해 깊이 고민한 끝에 나왔다. ‘학생들이 졸업 후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환영 받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결과다.

아이디어를 낸 양홍철(48) 교사는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학생들끼리 또는 선생님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편”이라며 “인사는 상대방에 대한 중요한 배려이므로 습관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 학교에 온 박보은(27·여) 교사는 “남학생 위주의 공업계 학교여서 분위기가 딱딱했는데 석 달 만에 학교 분위기가 확 바뀌어 교사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상린(62) 교장의 지갑 안에 있던 칭찬 토큰도 이제 몇 개 남지 않았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교장을 좀 어려워해 피하기도 하지만 칭찬 토큰 덕분에 서로 인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8월에 퇴직을 하지만 동부 미인이 학교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뿌리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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