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생명의 은인… 이제 형-동생으로 지내야죠”

  • 입력 2008년 4월 16일 06시 30분


강물에 빠져 익사할 뻔했던 어린이와 그를 구해준 사람이 23년 만에 만나 화제다. 주인공은 해군 모 부대 지응도(37) 소령과 울산에서 농협에 근무 중인 이봉진(30) 씨로 최근 울산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이 씨는 “생명의 은인을 다시 만나 너무 기쁘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으며, 지 소령은 “내가 구해준 어린이가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해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인연은 지 소령이 중학교 3학년 때인 198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와 함께 울산 태화강변에서 연을 날리고 놀던 지 소령은 50여 m 떨어진 곳에서 들려온 “사람 살려” 소리에 곧바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어린이 두 명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하수구에서 흘러나온 더운 물로 얼음이 녹아 벌어진 일.

옆에는 어른들이 아무도 없었다. 구조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어린이들이 빠진 곳은 뭍에서 4∼5m나 떨어져 있고 물이 깊어 닿지 않았다. 막대기를 주워 물에 들어가 한 명을 겨우 구했지만 다른 한 어린이는 그 사이 물 속에 가라앉아 버렸다. 한참 뒤 이 어린이의 시신을 소방대가 인양했다.

지 소령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진 어린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이 씨다. 지 소령은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구조에 나섰을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당시 이 씨 부모는 아들을 구해준 지 소령의 집을 수소문해 찾아가 한 차례 인사를 하고는 생업에 바빠 잊고 살았다. 그러던 중 최근 아들을 구해준 중학생의 부모가 울산에 살고 있다는 친지의 얘기를 듣고 아들과 함께 지 소령 가족을 만났다.

지 소령과 이 씨는 이번 만남부터 형과 동생으로 부르며 지내기로 했다.

이 씨의 아버지 이인순(58) 씨는 “의협심이 강한 지 소령이 훌륭한 군인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95년 임관한 지 소령은 1999년 6월 15일의 서해 연평해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 씨는 대학 졸업 후 2006년 11월부터 농협에 근무 중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