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이어 경기까지… AI 전국 확산 비상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2분


《전남북 지역에 이어 경기 평택시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또 전남에서 AI에 감염된 닭과 오리가 대량으로 유통된 것으로 확인된 데다 이 닭과 오리를 공급한 유통업자가 충남 지역에도 드나든 것으로 밝혀져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방역당국은 초기 도살처분 범위를 넓히는 등 방역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 경기 고병원성 가능성 높아

농림수산식품부는 14일 오후 평택시 포승읍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닭이 집단 폐사했다는 신고를 접수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정밀 검사한 결과 ‘H5형’ AI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지 여부는 17일쯤 확진되지만 현재까지는 고병원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시에서 발생한 AI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 고병원성 AI 양성 판정은 전국 5개 시군 21건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예방 차원에서 도살 처분한 9건을 빼면 ‘AI 발생’은 12건이 된다. 농식품부와 경기도는 평택 농가의 닭 2만3000마리를 도살했다.

이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 주변 3km 안의 닭과 오리 31만2000마리도 도살된다. 현재까지 발병된 11건의 AI는 보름 만에 나온 것이어서 과거 2003∼2004년 19건, 2006∼2007년 7건이 약 3개월에 걸쳐 발병했던 데 비해 확산 속도가 아주 빠르다.

평택지역 주민 김모(55) 씨는 “정말 AI가 우리 마을에서도 발병한 것이 맞느냐”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번졌는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 인근 지역도 AI 확산 가능성 촉각

전북의 AI 발생 농장에서 오리를 불법 반출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소매업자가 이 오리를 실었던 트럭으로 전남지역에 닭을 운반해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매업자는 7일 전북 익산시의 토종닭 농장에서 닭 633마리를 싣고 전남 화순군 남면의 농장으로 운반했다. 이 닭들 가운데 101마리는 이미 소비됐으며 나머지 닭들은 도살됐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폐사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 소매업자는 화순군뿐 아니라 충남 논산시와 천안시 등의 농가와 식당 등 모두 141군데를 드나든 것으로 나타나 당국은 이 소매업자를 통해 AI가 확산됐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처럼 AI 발생지역에서 감염된 가금류가 불법 유출된 데다 농가가 늑장 신고를 해 피해 규모를 키울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차 발생지역인 전북 정읍시 영원면 오리 농가는 지난달 말부터 폐사가 시작됐지만 이달 3일에야 폐사신고를 했으며 신고 전에 일부 오리를 내다판 것으로 드러났다.

○ 방역당국 대처 강화

농식품부와 지자체 등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AI가 발생한 지점의 500m 내에서 도살처분한 뒤 주변의 추가 발생 상황을 확인하고 도살처분 범위를 3km로 확대해 왔다.

하지만 김창섭 농식품부 동물방역팀장은 이날 “앞으로는 AI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 무조건 발병 지점 3km 안의 가금류는 모두 도살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산예방을 위한 긴급조치도 나왔다.

충남 논산시는 AI에 감염된 닭을 불법 유출한 소매업자가 드나들며 닭을 납품한 채운면 농장 닭 2620마리를 예방 차원에서 도살했다. 또 천안시도 같은 소매업자가 닭을 공급한 목천읍 농장의 닭 9만3170마리를 도살하기로 했다.

아직 AI 발생 보고가 없는 강원도도 AI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구제역특별방역대책상황실을 AI대책상황실로 확대 운영하고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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