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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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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2시 50분경 경북 경주시 외동읍의 모텔 건물 지하에서 이모(43) 씨 등 3명이 땅굴을 판 뒤 송유관에 전기드릴로 구멍을 냈다.
송유관에서 나온 유증기(기름 안개)의 압력으로 땅굴이 무너지고 이 씨는 질식해 숨졌다.
이들은 모텔 건물 옆으로 송유관이 지나가고 마침 지하의 술집이 영업을 하지 않자 이를 임차한 뒤 땅굴(지름 50cm, 길이 10m가량)을 파서 송유관 기름을 빼내려 했다.
2일에도 비슷한 지점에서 손모(53) 씨 등 8명이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180여 차례에 걸쳐 송유관 기름 430만 L(70억 원 상당)를 빼내 팔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손 씨 등은 송유관 위에 건립된 모텔 건물을 임차해 지하주차장에 땅굴을 판 뒤 기름을 훔쳤다.
범인들이 모텔 지하를 노리는 이유는 송유관이 주로 국도를 따라 이어져 있고 국도 주변에는 모텔이 많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1월 울산 북구에서는 2명이 송유관의 기름을 빼내다 유증기 때문에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달에는 경북 칠곡군 지천면 창고 밑의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70회가량 기름을 빼내다 3명이 붙잡혔다.
송유관 기름 도둑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는 매년 1건에 불과했으나 2006년에는 15건, 지난해는 3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 3월 현재 9건이 발생했다.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송유관 파손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거나 토양오염을 정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도 지금까지 20억 원에 이른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