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전형안 ‘오리무중’ 고3교실은 ‘갈팡질팡’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0분


3일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고교 3학년 수험생들이 본격적인 입시 준비에 돌입할 시점이지만 각 대학의 2009학년도 대입 전형안이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가 사실상 폐지되고 논술 가이드라인이 사라지는 등 대입 제도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시점이어서 대학별 전형안을 빨리 공개하라는 수험생과 일선 학교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 대학 눈치보기=이명박 정부의 대입 자율화 기조에 따라 올해부터 입시 업무를 관장하게 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각 대학에 2월 말까지 전형안을 대교협에 제출해 주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마감일인 지난달 29일까지 대교협 홈페이지를 통해 전형안을 제출한 대학은 인하대 등 극소수에 그쳤다.

특히 입시제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등 주요 대학들은 대부분 전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올해부터 전형요소별 반영 비율이 자율화되고,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됨에 따라 각 대학이 지난해와 차별화된 전형안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선 고교와 학원가에서는 “대학들이 내부적으로는 전형안 개요를 마련해 놓고도 다른 대학의 동향을 살피거나 입시 변화에 따른 득실을 따지느라 전형안 공개를 미루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대교협 주도력 부족=대교협의 소극적인 태도도 불만을 사고 있다.

대교협 이사진은 지난달 4일 이사회를 열어 “2월 말까지 각 대학의 전형안을 모두 취합해 2009학년도 대입 전형 발표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교협은 각 대학이 전형안 제출 시한을 넘겼는데도 제재나 독촉을 하지 않았고, 일부 대학에는 ‘3월 초에 제출해도 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교협은 각 대학의 전형안이 본고사나 지나친 입시 경쟁을 유발하는 것으로 변질되지 않았는지 살피는 자율 규제를 맡게 됐지만 영어지문 허용 여부 등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국어담당 교사는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된다기에 지난 겨울방학 논술 보충수업에서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영어 지문 요약 등을 집중 지도했다”면서 “그런데 전형요강은커녕 논술 방향도 오리무중이니 신학기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