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만세운동 참여 기생에 대한 일제의 판결문 공개

  • 입력 2008년 2월 28일 20시 31분


"남자는 모자를, 여자는 치마를 흔들면서 동시에 열광적으로 만세를 절규하며 소요를 일으킴이 극히 심하였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전국에 확산됐을 때 시위에 참가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기생 2명에 대한 일제 재판부의 판결문 내용 가운데 일부다.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1919년 4월 경상남도 통영 일대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기생 정모(21) 씨와 이모(20) 씨에 대한 일제 재판부의 판결문을 29일부터 국가기록포털(http://contents.archives.go.kr)에 공개한다고 28일 밝혔다.

3·1운동 당시 경기도 수원, 경남 진주 등지에서 기생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 사실을 담은 판결문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판결문은 한자로 되어 있지만 기록원은 번역본을 함께 공개한다.

1919년 4월 18일자 '부산지방법원 통영지원 조선총독부 판사'명의로 된 판결문에 따르면 정 씨와 이 씨는 1919년 4월 2일 오전 10시 경 통영면 기생조합소에서 다른 기생 5명을 불러 모아 만세운동에 참여하도록 권유해 '기생단'을 조직했다.

이들은 금반지를 저당 잡아 만든 돈으로 상장용(喪章用) 핀과 짚신(초혜·草鞋)을 구입해 다른 기생에게 나눠준 뒤 같은 모양의 옷을 입고 같은 날 오후 3시반경 통영군내 시장으로 갔다.

판결문은 "정씨와 이씨는 경찰관의 제지에 따르지 않고 선두에서 수천 명의 군중과 함께 통영경찰서로 나아가며 '조선독립만세'를 외치며 군중과 함께 시위운동을 벌여 치안을 방해하였다"고 적었다.

일제 법원은 두 사람에게 보안법 위반죄를 적용해 각각 징역 6개월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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