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2월 27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30년 가까이 국가 안보 생각해서 참고 살았죠. 그런데 이제는 마을을 떠나라고요?”
경기 파주시 법원읍 오현리 이기철(70) 씨는 서부전선에서 최대 규모인 ‘무건리 훈련장’ 앞에서 대대로 살아왔다.
훈련장을 확대해야 하니 마을을 떠나라는 군 당국의 재촉에 그는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오현리 일대 150여 가구 주민 대부분도 같은 생각이다.》
무건리 훈련장은 연대급 부대가 공격과 방어를 펼치며 훈련할 만큼의 면적(약 1700만 m²)인데 3630만 m²로 확장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군 당국은 신형 무기 훈련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이라고 밝혔다. 또 수도권 개발이 가속되므로 안정적으로 훈련할 면적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집이 무너져도 속수무책
훈련장 확대설이 나온 지 10년. 1990년대 후반부터 훈련장이 확대된다는 소문이 나왔다. 그동안 땅 거래는 뚝 끊겼다. 주변의 다른 땅값이 가파르게 올라도 이곳은 제자리였다.
낡은 농가 주택은 군 당국의 동의를 받지 못해 증축이나 개축을 하지 못했다. 이 마을 곳곳에는 곧 쓰러질 듯한 주택이 수두룩하다.
군 훈련장이 늘어난 지역이라 군 당국에서 증·개축에 좀처럼 동의하지 않아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은 집이 곧 쓰러질 듯한데 절대 허가가 안 나니까 살고 보자는 심정으로 불법 개축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군 당국이 증·개축 등 최소한의 유지 보수도 할 수 없게 만들어 살기 힘든 동네로 만들고 있다”며 “그래도 마을을 반드시 지켜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