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황사 발생일수 2003년 3일→2007년 12일 서울이 ‘콜록’

  • 입력 2008년 2월 22일 02시 56분


올해 첫 황사가 발생한 12일. 회사원 박창규(36·서울 동작구 사당동) 씨는 출근길에 지난해의 안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네 살배기 아들은 봄철 내내 알레르기비염을 달고 살았다. 4월에는 결막염까지 앓았다. 박 씨는 “올해도 아이가 고생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해마다 늘면서 수도권의 대기 질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안개 역시 수도권 대기를 나쁘게 만드는 요인.

서울시가 만든 ‘대기 질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m³당 69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2005년 58μg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돼 수천억 원을 투입한 2006년과 지난해엔 60μg을 기록했다. 환경부 기준치는 50μg,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치는 40μg이다.

○ 황사 해결 없이 맑은 공기 없다

전문가들은 “2005년부터 황사의 영향이 급격히 늘지 않았으면 서울 공기는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3일에 불과했던 황사 발생 일수는 2005년 12일로 늘었다. 2006년에는 11일, 지난해는 12일이었다.

서울의 연도별 미세먼지 농도는 황사 발생 일을 빼면 각각 56μg(2005년), 55μg(2006년), 57μg(2007년)이다. 황사가 해마다 2∼5μg씩 영향을 미치는 셈.

황사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100μg 이상 지속되는 시간도 크게 늘었다.

2003년 59시간에서 2004년과 2005년에는 각각 139시간과 131시간으로 증가했다. 2006년에는 175시간, 지난해엔 210시간이었다.

안개의 영향도 점점 커졌다. 미세먼지 농도 100μg 이상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이 607시간(2004년)→646시간(2005년)→683시간(2006년)→738시간(2007년)으로 늘었다.

황사가 발생하거나 안개가 낀 시간을 제외한 서울시의 지난해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4μg이었다.

환경부는 서울시가 대기 질 개선 노력을 중단할 경우 2009년의 미세먼지 농도는 66μg, 2014년에는 71μg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 황사 대책 중국과 힘 모아야

정부는 지난해 한중일 황사공동연구단 구성을 중국에 제안하고 황사피해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중국도 사막 지대에 나무를 심고 사막화방지법을 제정해 2002년부터 시행하는 등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황사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대한 한중 공동연구를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황사를 비롯한 중국발 대기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립대 동종인(환경공학) 교수는 “중국의 영향은 수도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양대 구윤서(환경공학) 교수도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 물질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황사 대책도 중국과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7대 도시(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가운데 공기가 가장 맑은 도시는 대전이다.

기초자치단체로는 전남 순천의 공기가 제일 좋았다. 다음은 전남 광양과 충남 당진. 광역자치단체에서는 경기(65μg)가 가장 나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올해부터 7년 넘은 경유차 저공해장치 의무화

버스 2010년까지 천연가스車로▼

서울과 면적 및 인구가 비슷한 일본 도쿄는 대도시권 대기 질 개선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도쿄의 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에 m³당 40μg이었다. 그해 12월 도쿄는 환경확보조례를 제정하고 미세먼지의 주범인 노후 경유차량에 매연저감장치(DPF)를 부착하는 등 저공해 사업을 시작했다.

2003년 10월부터는 기준을 위반한 경유차량이 도쿄뿐 아니라 인근 3개 현(지바, 사이타마, 가나가와)에서 운행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어긴 운전자에게는 최고 50만 엔의 벌금을 물렸다.

2006년 말 현재 최초 등록일로부터 7년이 넘은 경유 차량 20만2000여 대 중 16만 대 이상이 조례에 적합한 차량으로 바뀌었다. 2006년 현재 도쿄의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29μg까지 떨어졌다.

서울도 이를 벤치마킹했다. 올해부터 3.5t 이상, 7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의 저공해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다.

2010년까지는 경유차 22만 대에 DPF를 부착하거나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으로 교체할 예정. 시내버스, 마을버스, 청소차 8739대도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으로 바꾼다.

서울시는 기준에 못 미치는 노후 경유차량이 내년부터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서울 인천 전역, 경기 24개 시군)을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하고 있다.

안양대 구윤서(환경공학) 교수는 “공기 질은 단기간의 노력으로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 만큼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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