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학교에 마을도서관을]봉양초등학교에 98번째 도서관

  • 입력 2008년 1월 30일 03시 11분


28일 충북 제천시 봉양초교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에서 ‘푸름이닷컴’의 최희수 대표(왼쪽)가 개관식 기념 백일장에서 입상한 주민에게 상과 부상을 시상했다. 제천=정양환  기자
28일 충북 제천시 봉양초교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에서 ‘푸름이닷컴’의 최희수 대표(왼쪽)가 개관식 기념 백일장에서 입상한 주민에게 상과 부상을 시상했다. 제천=정양환 기자
“아이와 책읽기, 최고의 사교육”

“우리 아이가 책을 싫어해 고민이라고 말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해예요. 아이들은 모두 책을 좋아합니다. 자꾸 강요하니까 안 읽는 겁니다. 이제 학교마을도서관이 생겼으니 함께 손잡고 와서 책 읽으세요. 부모가 책을 가까이 해야 자녀들도 책을 봅니다.”

28일 오후 2시경 충북 제천시 봉양읍 봉양초등학교.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교정과 달리 다목적실은 열기가 후끈했다. 50여 명의 아이와 학부모 앞에 선 40대 강사의 열변이 끝이 없었다. 독서유아교육모임인 ‘푸름이닷컴(www.purmi.com)’의 최희수(45·사진) 대표가 ‘자연과 독서가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는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이날 특강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 본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의 2008년 2호 개관 축하행사. 봉양초교 학생들과 인근 주민, 교육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개관식은 화단에 덮인 눈마저 녹일 듯 그 열기가 뜨거웠다.

학교마을도서관에 매년 1만여 권의 책을 지원하는 ‘푸름이 아빠’ 최 대표의 특강은 특히 눈길이 쏠렸다. 대부분 메모를 했고 동영상을 찍는 이도 있었다. 최 대표가 학원 한 번 보내지 않고 푸름이를 영재로 키웠다는 사실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최 대표의 요지는 간단했다. 책과 자연이 아이의 창의력을 키운다고 믿었다. 최 대표는 “솔직히 아이에게 사교육을 해줄 경제적 여건이 안 됐다”며 “하지만 그래서 열악한 교육환경의 지방 학부모들에겐 책과 환경이 더욱 쓸모 있는 교육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전하는 교육법은 쉽고도 어려웠다. 함께 책을 읽으라는 간단한 주문이었다. 그러나 매일 먼저 책을 읽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밤도 새우라는 대목에선 청중의 얼굴이 굳어졌다. “직장과 농사일에 바빠 그게 되느냐”는 푸념도 들려왔다.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자녀를 영재로 키우는 게 그냥 될 거라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다행히 어릴 때 습관을 들이면 그 이후엔 아이가 알아서 읽습니다. 특히 도서관은 좋은 미끼(?)예요. 부모가 도서관을 사랑방처럼 드나들면 자녀도 놀이터로 여기고 책을 볼 겁니다.”

이날 98번째 학교마을도서관이 들어선 봉양초교는 전체 학생이 250명. 시골학교치곤 상당히 큰 편이다. 인근 4개 학교가 통폐합된 결과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학생이 학교버스를 이용해야 통학이 가능한 먼 지역에 산다.

하지만 봉양초교는 학교마을도서관 개관과 함께 이를 장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5대의 학교버스를 ‘도서관 책 배달 버스’로 이용할 계획이다. 이찬재 교장은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먼 지역 주민들을 위해 학교버스를 책 대여소로 활용할 방침”이라며 “학생들이 주민들의 독서 도우미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근덕 봉양읍장은 “솔직히 아이들에게는 책 읽으라고 꾸짖으면서도 어른들은 제대로 책을 읽지 않았다”며 “주민들이 학교마을도서관을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관 기념 글짓기 행사에서 장원을 한 홍영준(10) 군은 ‘처음으로 받은 소중한 책’이란 글을 낭독하며 “아버지가 선물한 첫 책을 읽고 또 읽었던 기억 그대로 처음 생긴 학교마을도서관을 소중히 이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천=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한나(23·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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