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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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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명이 집회 도중 분신을 시도했다가 병원에 실려 갔다. 불을 붙이기 전에 미리 극약을 마셔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태안군 어민으로 구성된 유류피해투쟁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태안읍 동문리 태안군수산경영인회관 인근 도로에서 4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태안유류피해 특별법 제정 대정부 촉구 대회’를 열고 피해지역의 완전 보상 및 복구, 가해자 무한책임을 요구했다.
김진권(한국수산경영인회충남연합회장) 투쟁위원장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은 물론이고 관광 음식 숙박업자도 생계가 막막해졌다”며 “주민이 조속히 희망을 되찾도록 정부는 당장 특별법을 제정하고 삼성은 사과부터 한 뒤 무한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행사가 시작된 지 47분 만인 오후 1시 47분경 연단 뒤쪽에 있던 지모(56) 씨가 극약을 마신 뒤 분신을 시도했다.
목격자 박광식(52·안면읍 창기리) 씨는 “지 씨가 페트병에 담아온 휘발유를 머리에 부은 뒤 연단 쪽으로 뛰어가며 라이터로 몸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행사 관계자와 경찰이 급히 불을 끄고 서산의료원으로 옮겨 응급조치를 한 뒤 천안시의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겼다.
지 씨는 태안읍내 재래시장에서 M수산이라는 횟집을 운영하면서 수산물 운송업을 겸했으나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손님이 뚝 끊겨 처지를 비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는 어민의 잇단 자살이 생계 걱정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600억 원 이상을 긴급 생계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내려 보낸 긴급 생계비 300억 원과 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지원을 약속받은 추가 생계비 300억 원, 충남도로 답지한 성금 150억 원 중 일부를 긴급 방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충남도와 관련 군들이 정부가 보낸 긴급 생계비의 배분기준에 합의하지 못해 자금이 집행되지 않고 있어 피해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조속한 자금 집행을 촉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태안군 서산시 보령시 서천군 당진군 홍성군 등 6개 시장군수는 이날 생계비 배분을 위한 긴급회의를 했다.
태안지역에서는 기름 유출로 피해가 나자 10일 이모 씨가, 15일 김모 씨가 극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태안군 홈페이지 칭찬 릴레이
“봉사해야 할 일을 미리 알려주고 현장에서 부족한 방제복도 챙겨주고 식사 및 간식도 신경 써줘서 기분 좋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군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아름다운 태안반도를 되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방제작업을 벌이겠습니다.”
기름 유출 사고 복구 현장을 다녀온 자원봉사자들이 충남 태안군 홈페이지(www.taean.go.kr)에 감사의 글을 남겨 눈길을 끌고 있다. 자원봉사할 때의 소감이나 묵묵히 일하던 주민과 공무원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담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다음(Daum) 카페 태기봉(태안군 기름 유출 봉사단) 주인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상경 씨는 “2주 전 카페에서 6차 봉사활동으로 학암포라는 곳을 다녀왔는데 봉사활동 준비부터 마감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주민들께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7공수 특전여단에서 근무 중인 소준호 하사는 “갑작스러운 출동으로 준비를 제대로 못하다 보니 기름때 묻은 옷을 세탁하지 못하는 등의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태안군에서 속옷과 핸드크림, 세탁기 등을 제때 지원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적었다.
태안군 공무원들은 “뜻하지 않은 재앙을 입은 지역에 선뜻 찾아와 자원봉사를 해준 것만도 고마운데 칭찬까지 해주니 너무 감사하다”며 “올해는 관광과 휴양을 위해 태안을 찾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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