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전체로 의혹 번질라” 서둘러 불끄기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3시 00분


‘편입학 돈거래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인 30일 연세대 정창영 총장이 임기를 5개월가량 남겨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한 데에는 검찰의 수사 착수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이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직 총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사태를 방지하고 의혹이 번지는 일을 막기 위해 정 총장으로서는 물러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연세대 법인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법적 진위가 가려지기 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독교 학교인 연세대의 깨끗한 이미지를 고려할 때 의혹이 커지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검찰은 정 총장의 부인 최모 씨가 받은 2억 원의 성격과 함께 다른 편입학 청탁과 관련해 돈거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전격 사퇴 배경=부인 최 씨가 학부모 김모 씨에게서 편입학 청탁과 함께 2억 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29일 정 총장은 “아내가 부도난 못난 자식을 돕기 위해 알고 지내던 최모(77) 씨를 통해 김 씨의 돈을 빌렸을 뿐 편입학 청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 총장은 “(돈을 빌린 뒤) 편입학 지원자의 학부모에게서 나온 것임을 알고 돌려줬다”고 말해 적어도 편입학 합격자 발표 전 돈의 성격에 대해 알았다는 점은 시인했다.

정 총장 부부의 변호인도 “정 총장 부인은 지난해 11월 김 씨 이름으로 개설된 4000만 원짜리 통장 5개, 총 2억 원을 빌렸지만 1월 중순에서야 최 씨를 통해 김 씨 딸이 연세대에 편입학 지원을 했으니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해 청탁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서부지검은 “김 씨가 최 씨에게 준 돈에 대가가 있다면 (최 씨에게)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곧바로 수사에 나섰다.

정 총장은 30일 오전 사의를 표명한 뒤 휴대전화도 받지 않고 외부와 접촉을 피했다.

연세대 법인은 정 총장이 정식으로 사표를 내는 대로 절차를 거쳐 수리할 계획이다. 정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정관에 따라 윤대희 교학부총장이 당분간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검찰 수사 방향은=서울서부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5부(부장 김오수)에 배당하고 우선 정 총장의 부인 최 씨가 학부모 김 씨와 주고받았다는 2억 원의 거래 명세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날 검찰은 법무부에 최 씨의 출국 금지를 요청했다.

또 연세대 편입학 시험 및 응시생과 관련된 자료를 연세대에서 넘겨받아 살펴본 뒤 최 씨와 김 씨 등 관련자를 불러 돈의 성격을 규명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 씨와 김 씨가 직접 알지 못하는데도 차용증을 쓰거나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을 건넨 이유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씨는 단순 채무라고 주장하지만 김 씨의 딸이 편입학 필기시험에 불합격한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급하게 돈을 갚았다면 처음부터 편입학 청탁의 대가일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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