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인문계 모의논술 해설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코멘트
◎ 논제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논제 1] 제시문의 그림 (가)를 아래의 글에 나타난 ‘노드’와 ‘링크’의 관점에서 ‘네트워크’와 관련지어 설명하고, <사례 1> <사례 2>에 가까운 그림을 각각 선택하여 그 근거를 제시하시오.(600자 내외, 배점 40점)

네트워크는 사물들 간 연결 관계를‘노드(node·점·點)’와‘링크(link·선·線)’의 위상 구조로 표현하는데, 노드는 링크를 통해 자신 외의 노드들과 연결된다.

[논제 2] <사례 2>에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사례 1>을 참고하여 구체적 사례를 들어 논하시오.(500자 내외, 배점 30점)

[논제 3] <자료>의 그림에 담긴 의미를 활용하여 <사례>에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서술하시오.(500자 내외, 배점 30점)

■ 학생글

오은정·경기 문산여자고등학교 3학년

[논제 1]

①그림(가)는 네트워크의 좋은 예이다. 스무 개의 점들이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점들에 링크로 연결이 되어 원하는 점으로 가는 방향이 다양하다. 즉, 노드와 링크로 연결되어 그물망처럼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다.

그림(가)와 (나)는 모두 시작점은 상관이 없지만 ②방향에 따른 차이를 보인다. 그림(가)의 경우는 일정한 방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분의 피해서 전체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림(나)의 경우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 되어 있어 일부분의 피해가 금방 전체로 퍼질 수 있다.

③이에 근거하여 보면, 사례1은 ④줄기에 의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각각의 특성도 지니고 있는 잡초를 보여준다.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 부분이 피해를 입게 되더라도 ⑤또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이것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그림(가)와 연관지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사례2는 부분의 붕괴가 전체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력이 이동하는 방향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차단이 연이은 차단을 일으킨다. 따라서 사례2는 그림(나)와 연결된다.

[논제 2]

①사례2는 4%의 부분적인 피해가 60%의 전체적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전달 방향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피해를 입었을 경우 그 이외의 방향으로 전력이 지나갈 수 없음을 나타낸다. ②따라서 정상적인 부분도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어 연이어 정전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사례1은 연결 부분의 절단에도 번성하는 잡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③잡초의 줄기는 일정한 방향 없이 자라나기 때문에 부분적인 피해가 일어나더라도 정상적인 다른 부분과 연결된 곳을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번식을 할 수 있다.

이를 적응시킨다면 사례2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의 방향을 ④다양하게 만들어 위급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이는 전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논제 3]

자료는 동일한 모양을 지닌 부분이 모여서 부분과 동일한 모양의 전체를 구성하는 프랙털 도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도형에서 부분의 모양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진다면 전체의 모양 또한 바뀌게 된다. 즉, 부분과 전체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시된 사례에서도 하위집단의 지나친 사익추구로 주어진 대열에서 벗어나는 것은 전체를 흔들리게 만든다. 전체의 파괴는 곧 부분도 파괴시킨다. 따라서 ①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위집단이 그들의 생활에 만족할 수 있게 제도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속된 집단끼리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유지하여 전체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하위집단 스스로 그들의 지나친 사익추구가 전체를 파괴시키고, 전체에 소속된 그들 역시도 파괴될 수밖에 없음을 ②인식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목표를 확대하는 것 역시 필요할 것이다.

■ 첨삭지도

구체적 대안 없으면 공허… 개념어 사용법 익혀야

큰 틀에서 보면 오류는 없으나 구체성이 부족하다. 특히 대안의 제시가 추상적인 것에 그치고 구체적인 대안의 고민과 모색이 없다. 그리고 표현이 애매모호한 것이 다소 눈에 띈다. 따라서 개념어를 사용하여 정리하는 연습이 요구된다. 또한 띄어쓰기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엄밀하게 준수하기는 힘이 들겠으나 문장부호 관련 띄어쓰기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논제 1]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기술하였다. 그런데 그림 (가)에 대한 설명이 다소 산만하다. 그림 (가)에 대한 설명은 문제의 요구에 맞춰 ‘노드’와 ‘링크’라는 개념어를 통해 전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①네트워크의 유형이 어떠한지를 기술하는 데 그쳐야 한다. 가치판단은 배제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기본적인 띄어쓰기에 유념할 것. 원고지에 기술하는 경우만 마침표의 다음 칸부터 새로운 문장을 시작한다. ②비문이며 내용이 모호하다. ‘그림 (가)의 네트워크는 링크가 다수이므로 위험분산 효과가 있다’라는 식으로 기술하는 것이 적절하다. ③띄어쓰기 유의할 것 ④구체적으로 기술할 것 ⑤‘또 다른’이 올바른 표현이다.

[논제 2]

대안의 제시가 구체적이지 못하다. <사례 2>에 나타난 문제점은 전력망의 집중화 또는 단순화에 따른 위험이다. 따라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대안을 전력망에 국한시켜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안의 제시를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①사례에 제시된 수치를 단순 기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수치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력망의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붕괴한 근본적인 원인이 단순화 또는 집중화된 네트워크의 형태임을 적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②의미가 불분명하다. 과부하로 전력망이 연쇄적으로 붕괴한다는 사실만 기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③표현이 모호하다. 단지 줄기가 방향성 없이 자란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이보다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잡초의 종내 다양성을 지적하는 것이 적절하다. ④문제는 구체적 사례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과부하를 예방할 수 있는 기계적 장치나 시스템을 떠올려 보는 것이 적절하다.

[논제 3]

<자료>에 제시된 도형의 의미를 활용하여 사익집단과 그 상위집단 간의 연관성에 대하여 설명하는 데는 큰 오류는 없다. 그러나 대안의 제시가 추상에 머물렀다. 대안의 구체성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 필요하다.

▶①제도적 차원의 대책이 무엇인지 기술하지 않았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대안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로 마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기술해야 적절하다. ②대안으로 의식개혁을 제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때, 수험생 대부분이 떠올리는 것이 의식개혁이라는 ‘구호’이다. 구체적인 대안의 고민이 필요하다. 공익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표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공익 추구’에 대한 결의를 집단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것 또한 의식개혁의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논제 분석

[논제 분석]

이번 논제는 한국외국어대 유형이다. 한국외국어대가 실시한 2008학년도 모의고사의 경우, 제시문 외에 그림이 자료로 주어졌고 이를 활용한 논제 분석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한국외국어대 진학을 목표하는 수험생인 경우, 그림 또는 도형과 제시문의 유기적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력’이 요청된다.

[논제 1]

그림 (가)는 각 노드가 다수의 링크를 통해 연결된 형태로 링크의 단절로 인한 노드 간 소통 단절의 위험이 분산되는 반면, 그림 (나)는 각 노드가 단일의 링크를 통해 연결된 형태로 특정 지점의 링크 단절은 전체 구조의 마비를 가져 온다. 그림과 사례의 연관성을 위험 분산의 측면에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논제 2]

<사례 2>에 나타난 문제점은 미국 전력망 구조이다. 경제적 효율성을 위해 집중화 단순화된 형태로 설계된 것이 연쇄적 붕괴를 불러 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도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은 전력망의 네트워크 형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재구성을 통한 위험의 분산일 것이다. <사례 1>에 나타난 잡초의 생존 방식은 이에 대한 영감을 제공한다.

[논제 3]

<자료>에 나타나 있는 프랙털 도형의 특성인 ‘자기 유사성’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사례>에 나타나 있는 사익집단의 과도한 사익추구가 가져올 위험성을 대처할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부분과 전체의 연관성을 감안하여 대안을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으로 구분하여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제시문 분석

[논제 1, 2 제시문]

‘해밀턴 회로’에서의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이 과업해결의 ‘효율성’에 우선을 두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림 (가)는 정12면체를 평면에 펼친 모양으로, ‘분산형 네트워크’와 유사하다. 이 도형의 각 노드에는 링크가 세 개씩 연결되어 있으므로 링크의 단절로 인한 노드 간 소통단절의 위험은 분산된다. 그림 (나)는 정12면체를 이루고 있는 각 선분의 꼭지점들을 연쇄적으로 연결한 그림이다. 한 번에 각 꼭지점을 모두 지나는 선분으로 그렸기 때문에 해밀턴 회로에 해당한다. 이는 단선화된 네트워크에 해당되는데, 어느 한 지점에서의 링크의 단절이 곧바로 네트워크 전체에서의 소통의 단절을 초래하는 구조이다. 즉 위험분산이 0(zero)인 네트워크 유형이다. <사례 1>은 잡초의 생존전략인 종내(種內) 다양성을 설명하고 있다. 잡초들이 종내 다양성을 통하여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뿐만 아니라 적대적 환경을 오히려 번식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사례 2>는 ‘대정전 사태’가 근본적으로 미국 전력망의 취약성으로 인한 것임을 밝힌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효율성을 위해 집중화 또는 단순화된 형태로 건설, 운용되는 연결망의 사고 사례를 통해 고도 위험에 대한 대안 마련과 관리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논제 3 제시문]

<자료>의 (가)는‘코흐 눈송이’, (나)는‘시어핀스키 삼각형’으로 프랙털 도형에 해당된다. 프랙털 도형은 도형의 일부를 확대한 것이 전체와 같은 모양인 도형으로, 겉보기에 복잡하고 불규칙한 현상이라도 내재된 질서가 있다는 점을 알려 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이때 언제나 부분이 전체를 닮는 것을 ‘자기유사성’이라고 한다. <사례>는 사익 집단들이 생존을 위해 최대의 사익을 추구하는데 이러한 원리는 사회의 층위별로 확장되어도 동일하게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원리에 <자료>를 활용하면‘사익집단의 프랙털 구조’라는 개념을 도출할 수 있다.

이양기 학림논술연구소 상임연구원

■ 다음 주 논제

주권재민-우민정치의 두얼굴

민주주의의 모순 피할 수 없나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논제 1] 제시문 (가)와 (나)의 공통된 견해를 요약하시오. (600±100자)

[논제 2] 제시문 (다)와 (라)에서 언급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실현이 어떠한 부작용을 가지고 올 수 있는지, 제시문 (가)와 (나)를 참고해서 설명하시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술하시오. (1000±100자)

(가) 일반적으로 우리는 국민이 주인이 되고 국민 각각의 선택과 행동이 존중되는 민주주의를 가장 정의롭고 이상적인 최상의 정치제도라고 생각한다. 독재, 왕정, 귀족정 등 다른 정치제도와 비교할 때 민주주의의 우수성은 뚜렷하며, 따라서 민주주의가 한 나라에 도입되는 것을 우리는 일종의 정치적·윤리적 발전으로 간주하고 반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한계를 언급한 사상가도 적지 않다. 오늘날 많은 정치학자는 민주주의의 이상과 그 현실 사이에 많은 차이가 존재함을 지적한다. 정치적 평등주의는 정부를 여론, 즉 국가의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무능력의 폭정, 어리석은 다수에 의한 하향평균적 정치가 아닌지, 혹은 경쟁의 무한자유화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동참한 사회불평등의 원천이 아닌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대한 비판을 요구하는, ‘민주주의를 비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도발적이며 그 자체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민주주의를 무능력의 폭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는 자유를 기본 정신으로 하는 정치제도이고 폭정은 시민의 자유가 최대한 억제된 정치제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민주주의를 폭정에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중략) 그런데 민주주의가 옹호하는 다수결의 원칙은 진리와 다수의 의견을 같은 것으로 혼동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고 진실을 말하는 소수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진실을 외쳤던 개인이 다수의 정치적 모략에 의해 희생된 역사적 사례는 무수하다. (중략)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바로 ‘폭민정’이 채택한 ‘다수결의 원칙’에 의한 것이었다.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민주정에 의해 사형된 것을 목격한 후 플라톤은 여론이 대세를 이루는 그리스 민주주의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는데, 그의 비판은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비판으로 자주 인용된다. 그는 민주적 가치를 대표하는 토론이 언변이 뛰어나고 사람들을 잘 유혹하는 사람에 의해 주도되는 것을 목격한 후 민주주의가 민중선동의 정치 형태가 될 위험이 있음을 지적했다. (중략) 플라톤은 무지한 대중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여론의 폭력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가장 가난한 시민이 가장 큰 부자와 똑같이 투표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하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demos(국민)와 kratos(지배)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정부 형태를 의미한다. 만약 이러한 민주주의의 이상이 현실 속에서 제대로 실현된다면 그것은 진정 바람직한 정치 형태일 것이다. 문제는 민주주의가 지배세력이 조장하는 우민정치를 피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배자의 입장에서 볼 때 통치 당하는 자가 너무 똑똑하면 통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대중의 비판의식을 없애고 정치적 자기소외,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즉 지배자가 마음대로 대중을 조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도입하는 정책이 바로 우민정책이다. 그런데 우민정책이 실용화될 경우에도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주인이 국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국민의 자발적 의사로 알려진 여론 역시 지배계층에 의해 조작될 위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가 정치에 참여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적 평등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최영주, ‘세계의 교향을 읽는다’]

(나)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명했던 재판관은 1000명의 보통 사람이었다. 농부, 상인, 지식인을 가리지 않고 아테네 시민 가운데 알파벳순으로 선발된 배심원들이었다. 이들은 계단식 극장에 앉아 양측의 주장을 들은 다음 해가 떨어질 즈음 표결에 들어갔다. 소크라테스를 고발하는 선동적 연설이 이어졌고 노철학자의 비타협적 반론도 불꽃을 튀겼다. 해가 완전히 졌을 때 집계된 투표수는 불과 35표 차로 소크라테스의 사형을 결정했다고 이 역사적 재판을 조바심 내며 지켜보았던 플라톤은 기록을 남겼다. 소크라테스는 처음부터 ‘교양 계급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언제나 포퓰리즘으로 전락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던 터다. 그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동시대인을 저주했다. (중략) 과연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사형에 처했던 그 같은 대중 선동정치를 이제 마감할 준비가 되었을까. 불행히도 포퓰리즘의 종언을 단정할 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정치체제라던 20세기 초 바이마르 공화국이 격렬한 포퓰리즘을 거쳐 엉뚱하게도 나치즘으로 흘러갔던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교양 있는 중산층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민주주의는 언제나 혼돈과 무질서 혹은 그것의 반대편에 있는 명령 경제로 술 취한 듯 달려가는 법이다.

[정규재 ‘다산칼럼’(한국경제) 중 ‘누가 소크라테스를 죽였나?’]

(다) 민주 정치는 시민의 참여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민주 정치의 이상은, 국민 스스로가 국가 권력의 주체가 되어 공공 정책 결정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고 그 집행 과정을 감시·통제함으로써 자유와 권리를 확보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 간의 연결망이 활성화되고, ‘지식 근로자’와 같은 새롭고 다양한 중간 계층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생산성과 효율을 높일 것이고, 그로 인해 생긴 경제적 이익이 누구에게나 폭넓게 돌아가 빈부 격차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발달된 정보·통신 기술은 수평적인 사회 조직을 만들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증가시켜 권력 차이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런 모든 변화는 권력을 시민 사회에 분산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주민 자치를 활성화시키고 다양한 정치 참여의 기회를 열어 주므로,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가 극복되고 직접 민주주의의 이상에 가까운 새로운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

(라) 미국의 건국 초창기 토머스 제퍼슨은 주민들이 그들의 문제를 주민회의(town meeting)에서 결정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를 희망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거리상의 문제와 제한된 의사소통이라는 두 가지 문제점 때문에 시민들의 의사결정을 대신할 대표를 선택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오늘날에 토머스 제퍼슨이 살아있다면 그는 인터넷을 보고 좋아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주민회의와 직접적인 주민 참여를 기초로 한 민주주의의 이상향이 최근 현실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광범위하면서도 통제받지 않는 쌍방향의 대화가 현실 정치의 중심이 될 것이다. 수많은 정보가 제공됨으로써 어떤 조직이나 기관도 더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차단하거나 의견 형성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여론 지도자들이 도처에 생겨날 것이다. 이런 정보·통신 기술의 놀랄 만한 발달은 사실상의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딕 모리스, ‘인터넷과 직접민주주의 그리고 쌍방향 대화’]

김종두 학림논술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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