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법정]<16>안락사를 허용해야 할 것인가?

최근 식물인간이 된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 숨지게 한 아버지가 살인죄로 기소되면서 안락사 허용 여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안락사란 무엇일까요? 과연 안락사를 허용해야 할까요?

[1] 키워드 및 배경지식

‘안락사(安樂死)’란 생존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 자발적 안락사와 비자발적 안락사로 구분합니다. 소생 가능성이 희박하며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모르핀 같은 약물을 투여해 숨을 거두도록 유도하는 것을 ‘적극적 안락사’라고 하며,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조처를 하지 않거나 인위적인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해서 자연의 경과에 따라 숨지도록 하는 것을 ‘소극적 안락사’라고 합니다. 한편 환자 스스로가 안락사를 원해 요청한 경우를 ‘자발적 안락사’, 환자의 의사 표현이 없었던 경우를 ‘비자발적 안락사’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소극적 안락사’와 ‘자발적 안락사‘의 문제입니다. 물론 두 경우 다 ’소생 불가능‘이라는 의사의 판단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그러나 자발적 안락사는 환자 자신이 원할 경우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자살을 법적으로 정당화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기도 합니다. 자발적 안락사의 경우 의사의 도움 아래 행해지는 경우도 있어서 적극적 안락사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2] 대법원 판결(2004년 6월 24일)

대법원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장치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담당의사의 의학적 권고에도 불구하고 더는 치료비를 부담할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퇴원시켜 결과적으로 환자가 사망하게 된 사건에서 환자의 아내와 담당의사에게 살인죄 및 살인방조죄의 죄책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소극적 안락사의 경우로 볼 수 있는데, 대법원은 안락사에 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안락사를 허용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유죄판결을 한 것입니다.

[3] 생각 키우기

안락사 반대론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므로 어떤 이유로도 경시해서는 안 되며, 안락사를 허용할 경우 악용될 가능성이 크므로 어떤 형태의 안락사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대부분의 종교에서도 안락사를 반대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신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므로 인간이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도 안락사에 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주(州)마다 차이가 있지만 환자 가족의 동의를 얻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지만 생명보조 장치를 제거하는 등의 소극적 안락사를 40여 개 주가 인정하고 있으며, 적극적 안락사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네덜란드는 2000년 11월 세계 최초로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도 인정되어야 합니다. 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극심한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안락사 허용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엄격한 요건 아래서만 허용해야 할 것입니다. 안락사를 반대하거나 엄격한 요건 아래서만 허용하려면 의료복지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환자 가족에게 엄청난 치료비 부담을 지우면서 안락사를 금지하는 것은 환자 가족의 무리한 희생을 요구하는 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더 생각해 봅시다

1. 안락사에 대해 찬성하는가? 안락사와 자살은 어떻게 다른가? 단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이라는 이유로 한쪽에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가? (중앙대 2003학년도 구술면접 기출문제)

2. 안락사에 대한 종교계의 ‘생명 존엄’ 견해와 환자의 권리 충돌에 대하여 말하시오. (연세대 2002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 구술면접 기출문제)

[5] TIP

안락사에 관한 문제는 자주 출제되고 있습니다. 안락사에 관한 개념을 종류를 나누어 설명하고 허용 여부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되, 안락사를 반대하거나 혹은 엄격한 요건 아래서만 허용하려면 의료복지 서비스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좋은 답변이 될 것입니다.

임상철 인피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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