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인문계 모의논술 해설

  • 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 논제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1. 도표 1,2는 A국가의 연도별 대학 학부과정의 재학생 현황에 관한 것이다. <제시문 1>과 <제시문 2>에 의거해서 도표에 나타난 변화를 설명하고, 두 제시문의 논점의 차이를 지적해 보시오. (800자 내외)

2. 모든 제시문을 활용하되 인문학이 위기라는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담고 있는 제시문들을 대비하면서 ‘인문학은 정말 위기에 처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 (800자 내외)

■ 학생글
이재훈·경기 대평고등학교 3학년

[논제 1]

①도표 1에서 1995년부터 10년 동안 이공대 학생은 20여만 명이 증가했고, ②상경대는 약 5만 명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인문대는 2만여 명의 증가에 그쳤다. 도표 2는 2005년까지 ③이공대 학생은 3%가량 많아졌고, ④상경대 학생은 2% 정도 늘어난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인문대 학생은 오히려 3%나 감소했다. 도표 1,2에서 알 수 있듯이 ⑤인문대 진학을 꺼리면서 ⑥‘인문학 위기’가 대두하였다. ⑦제시문 1은 시장 경제의 현실이 요구하는 상품성, 재화가치, 실용성을 인문학이 만족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문학 위기가 생겼다고 본다. 또한, ⑧제시문 2는 취직을 걱정하는 학생들과 학부제를 실시한 이후에 혼란에 빠진 대학행정으로 인해 인문대의 기피, 즉 인문학 위기가 생겼다고 말한다.

제시문 1은 인문학 위기에 대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⑨근대부터 과학을 중시하면서 생긴 인문학 지위 하락에 의한 것으로 여긴다. ⑩또한, ⑪현실의 시장이 요구하는 돈, 시장가치, 실용성을 인문학이 충족시키지 못해 인문학 위기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⑫다시 말해 제시문 1은 인문학 위기가 근대부터 있었고, 현실의 요구를 맞추지 못해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반면에 제시문 2는 인간이 ⑬정체성의 탐구를 하지 않는 이상 ⑭인문학 위기는 없다고 본다. 다만, 현재의 자본주의적 상품논리로 인해 학생들이 인문대를 피하고, 학부제 시행 후 대학행정이 혼란에 빠지면서 인문학 ⑮바깥쪽에서 위기가 생긴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즉, 제시문 2는 인문학은 (16)인류를 연구하는 기초 학문이라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므로 인문학 위기란 있을 수 없다고 여긴다. (17)또한, 인문대 학생을 줄어들게 하는 것은 인문학 외적인 위기일 뿐이라고 본다.

[논제 2]

①도표 1, 2를 보면 1995년부터 10여 년간 인문대 학생이 ②이공대나 상경대보다 조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③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문학 교수를 비롯한 사회 지식인들은 인문학 위기를 말하며 인문학 미래를 걱정했다.

그들이 제기한 인문학 내용은 크게 ④학문 외부와 내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⑤학문 외적인 위기는 인문학이 시장 경제가 요구하는 실용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취업이 어려우며, 학부제로 대학행정에 혼란이 온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문 내적인 위기는 인문학 전공을 엄격히 나누고, 극단적으로 전문화되어 사회와 소통하지 못해 사회 현상과 문제를 분석, 비판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사회와 동떨어져 위기를 맞은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⑥제시문 3과 4는 이러한 인문학 위기의 원인을 말해 준다. 제시문 3은 인문학이란 학문 자체가 전공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극단적으로 전문화된 것이 위기를 일으킨다고 본다. ⑦제시문 4는 인문학이 인간 사회의 모든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데 우리나라는 문과, 이과를 심하게 나눠서 문과와 이과 간의 학문 교류도 부족하고, 서로에 대한 편견과 무지도 심하다며, 여기서 인문학이 사회를 포괄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문학은 ⑧사회에서 멀어지는 위기에 처했다. ⑨그러나 위기에서도 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얼마든지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인문학이 보인 세부화와 전문화를 완화하고, 인문학 간 또는 문과, 이과 사이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사회 문제에 접근해 나간다면 인문학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첨삭지도
통계-그래프 분석에서 수치 적극 활용 … 정확도 미흡 아쉬워

▶ 전반적으로 기초가 잘 잡혀 있는 학생의 답안으로 보인다. 특히 통계·그래프의 분석에서 수치를 적극 활용한 것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도표 분석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 수치가 정확하지 않고, ‘증가의 개념’ 과 ‘전체에서 차지하는 학생 수의 비율’의 개념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뿐만 아니라 자료 분석과 해석을 제시문과 연결시켜 분석하는 흐름도 매끄럽지 못하다. 또한 [문제 2]와 같은 문제의 답안에서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좋다. 단순히 담론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차원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논제 1] ①‘(도표 1)’처럼 문제에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같은 이유로 제시문 표현 또한 ‘<제시문 1>처럼’ 표현하는 것이 좋다. 자칫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주의하길 바란다. ②수치를 활용한 분석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그 수치는 가급적 정확해야 한다. 상경대 학생 수는 얼핏 보아도 10만 이상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③학생 수가 3% 증가한 것이 아니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학생 수의 비율이 3% 증가한 것이다. 학생 수는 약 60% 증가했다. ④같은 의미에서 모두 잘못된 표현이다. ⑤인문대 진학을 꺼리는 경향이 발생했다고는 볼 수 있지만, 이 현상을 곧장 ⑥인문학의 위기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 제시문의 내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시문1, 2>에 의할 때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실용성이 부족한 인문학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로 수정하는 것이 좋다. ⑦‘이러한 현상을’ 을 첨가하여 표의 해석과 제시문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좋다. ⑧‘그런데 <제시문 2>에서는 이는 단순히 인문대 학생의 취업률이나 인문학 종사자의 위기와 같은 학문외적인 인문학 위상의 위기로 보고 있을 뿐이다’로 수정하는 것이 좋다. ⑨좋은 지적이다. ⑩‘그로 인해’ 와 같은 인과적 접속어로 바꾸는 것이 좋다. ⑪좋은 분석이다. ⑫앞에 나온 내용의 단순 반복에 불과하다. 삭제하는 것이 좋다. ⑬표현이 반대로 되어 있다. ‘정체성의 탐구를 멈추지 않는 이상’ 으로 수정. ⑭‘인문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위기’로 수정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⑮‘외적인 측면’ 으로 수정. ○16논거가 다소 막연하고 내용이 부정확하다. 인문학을 인류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하다. 또한 ‘매우 중요하므로’ 표현은 논리성이 떨어지므로 좋지 않다. ○17앞에 나온 표현의 단순 반복이다. 삭제하는 것이 좋다.

[논제 2] ①신문 지면의 편집상 도표가 전체 문제에 해당되는 것처럼 편집되어 이와 같이 분석한 듯하다. 금년 2차 연세대 논술 예시문제의 경우 도표는 [논제 1]에 국한되어 있다. 특정 논제에 국한된 자료는 그 논제 분석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이번 문제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이재훈 학생이 이와 같이 분석해도 무난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연세대 문제를 풀 때는 주의하길 바란다. ②‘∼보다’ 뒤에서는 ‘조금 증가’와 같은 표현은 좋지 않다. 수치를 활용하는 것이 좋고, 그러지 않는다면 ‘적게, 혹은 많이’와 같은 비교가 되는 대상끼리 크기 비교가 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③요구사항이 세부적으로 등장하는 최근의 다문항 형식의 논제에서는 이와 같은 서론형의 표현은 굳이 쓸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논제의 경우는 제시문들을 서로 대비시켜야 하므로 간결하게 제시문들을 서로 비교 분석하는 내용을 등장시키는 것이 좋다. ④표현이 정밀하지 못하다. 따라서 ‘학문 외적인 측면과 학문 내적인 측면’으로 수정하는 것이 좋다. ⑤내용은 좋은데 제시문 언급이 없는 탓에 ‘제시문들을 대비하면서’라는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시문 2>에서 보듯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⑥<제시문 4>는 인문학 위기의 원인과 직접 연결시키기보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⑦좋은 분석이다. ⑧‘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짐으로써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로 수정. ⑨지극히 당연한 주장일 뿐이다. 아무런 논거 없이 당위적인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논제 분석

[논제 1] 올해 들어 발표된 연세대의 1차 예시문제에서는 통계자료가 제시문으로서 등장했으나 2차 예시에서는 그래프가 논제로서 등장한 것이 특징이다. 이 논제 또한 그러한 유형을 따르고 있다. ①우선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요지를 밝혀 주는 것이 필요하다. ②그런 다음 도표를 해석해야 한다. 우선 도표 자체의 의미를 밝혀 주고, 다음 단계로 그러한 변화 추이가 <제시문 1>과 <제시문 2>에 의할 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좋다. ③그 후 두 제시문의 논점의 차이를 지적해야 한다. ④유의할 점은 통계 및 도표 분석과 관련하여 막연히 ‘많다’, ‘적다’의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를 활용할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논제 2] ①우선 인문학이 위기라는 점과 관련하여 제시문들의 연관관계를 간략하게 정리해 주는 것이 좋다. ②그 후 인문학의 위기라는 점에 찬성하면 <제시문 2>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제시문 1>과 <제시문 3>의 주장을 지지하면 된다. 반대한다면 그 반대의 구조를 취하면 된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예상되는 반론을 스스로 제기한 후 그에 대한 재반론을 하는 구조를 취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③끝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제시문 4>의 논지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제시문 분석

[제시문 1] 도정일·최재천 교수의 ‘대담’ 중 문제의 의도에 맞춰 부분적으로 변형 편집한 내용이다. 근대는 ‘이성’에 절대적인 프리미엄을 준 나머지 ‘과학’을 중요시함으로써 근대 인문학은 변방으로 밀려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 결과 인문학은 과학과 별개의 학문으로 갈라서게 되고 나아가 인문학의 전통은 경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 시장가치가 중시되자 학문에 대한 사회의 매혹 역시 실용성의 요구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결국 인문학의 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시문 2] 이정우 교수가 ‘emerge 새천년 1999년 9월호’에 기고한 ‘대상에서 문제로’라는 글을 부분적으로 편집한 내용이다. 그로 인해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도 상품논리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제시문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는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위기를 운운하는 것은 인간이 바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하고 있음을 말하며, 이것은 곧 그가 사유하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시문 3] ‘거세된 학문, 인문학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박노자 교수가 한 잡지에 발표한 글에서 발췌했다. 우선 외재적 원인으로서 신자유주의적 시대가 자신을 ‘좋은 상품’으로 만들 줄 아는 인간상을 요구하므로 ‘돈 안 되는 학문’이라고 인식되는 인문학은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든다. 뿐만 아니라 엄밀한 전공의 구별과 연구자들의 극단적인 전문화라는 내재적 원인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미시적인 전문화는 자신의 영역에 매몰되게 함으로써 사회와의 소통을 방해하게 되고 자본과 국가 앞에서 지식인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광범위하게 피해를 받고 있는 대중이라면 그러한 인문학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제시문 4] 서울대 김영식 교수가 2005년에 서울대 인문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이 글에서는 문·이과 구분의 폐단을 지적하고 지식이 점점 영역을 좁혀 가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과학과 기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를 권고하고 있다. 비단 이것은 인문학도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가져야 할 태도라는 점에서 학문을 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문학의 경우도 자신의 학문영역에 매몰된 채 자신의 영역만 탐구하게 되면 사회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놓쳐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갑식 학림논술연구소 인문계팀장

■ 다음 주 논제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논제 1] 제시문 (가)를 요약하고(150자±30),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났을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래 제시문들을 모두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900자±100)

[논제 2] 제시문 (라)에는 계급에 따른 음악별 선호도에 관한 그래프가 나타나 있다. 제시문 (다)와 제시문 (라)에 의거하여 그래프를 분석해 보시오. (700자±100)

<가> 문명과 문화는 모두 사람의 총체적 생활 방식을 가리키고 있다. 문화와 문명을 구분 지으려는 노력은 폭넓은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며, 독일을 제외한 지역에는 독일처럼 ‘문화’를 그 저변의 ‘문명’으로부터 분리하려는 것은 기만적인 시도라고 지적한 브로델의 시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중략)

탈냉전 세계는 일곱 내지 여덟 개의 주요 문명으로 이루어지는 세계다. 문화적 동질성과 이질성은 국가들의 이익·대결·협력 양상을 규정한다.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국가들은 놀라우리만큼 판이한 문명들에서 유래하였다.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지적 분쟁은 판이한 문명에 속한 집단이나 국가 간의 충돌이다. 정치 경제적 발전의 지배적 양상은 문명마다 다르다. 국제 문제에서 중요한 사안에는 문명의 차이도 들어간다. 세계 정치는 다극화, 다문명화되었다. 새로운 세계에서는 상이한 문명에 속하는 국가들과 집단들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고 대체로 적대적인 경향을 띨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관계는 문명 간의 관계다.

<나>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경우에는 반드시 문화 충돌의 현상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문화가 변동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저항이다. 이는 하나의 문화권에 새로운 문화 요소가 등장할 때, 이를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여기거나 제거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저항은 아주 강력한 경우도 있지만 극히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예컨대, 조선 말기에 천주교가 전래될 당시 있었던 박해와 같은 강력한 저항도 있지만, 한글 창제 시에 있었던 것과 같은 작은 저항도 있다.

둘째, 병존과 부분적인 수용 현상이다. 즉, 새로운 문화 요소와 기존의 문화 요소 두 가지 문화가 동시에 존재하고 일부는 수용되는 상태를 보인다. 예컨대, 한글이 창제된 이후 오늘날까지 한자와 한글이 동시에 사용되거나 일부 한자는 토착화된 상태를 들 수 있다.

셋째, 토착화 또는 동화 현상이다. 토착화는 수용하는 측에 들어온 새로운 문화 요소가 일부 조정을 거쳐 기존의 문화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동화되어 수용하는 측의 문화로 정착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를 문화 융합이라고도 한다. 동화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문화에 의해서 수용하는 측의 문화가 상당한 정도로 변질된 결과 수용자의 문화가 제공자의 문화를 닮아간 현상을 말한다.

<다> 실제로 현실이나 허구와 관계를 맺는 다양한 방식, 그리고 허구와 이들 허구가 빚어내는 현실을 믿게 되는 다양한 방식은 각 방식의 전제조건을 이루는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매개로 (각각의 거리나 초연함의 정도는 경우에 따라서 다르지만) 사회 공간에서 각 요소가 차지하는 여러 위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따라서 각 계급과 계급분파마다 특이하게 나타나는 성향의 체계(아비튀스·habitus)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취향은 구분하고, 분류하는 자를 분류한다. 다양한 분류법에 의해 구분되는 사회적 주체는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탁월한 것과 천박한 것을 구별함으로써 스스로의 탁월함을 드러내며, 이 과정에서 각 주체가 객관적 분류 과정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표현되고 드러난다.(……)

저급하고 조잡하고 천박하며 타산적이고 비굴한, 한마디로 자연스러운 기쁨을 부인하는 것, 바로 이것이 문화의 성역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것은 은연중에 세속의 천한 사람들은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승화된 즐거움, 세련되며, 무사무욕적이며,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우아하고 단순한 쾌락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우월하다는 사실을 재삼재사 확인해 준다. 예술과 문화 소비가 애초부터 사람들이 의식하건 그렇지 않건 또는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전혀 상관없이 사회적 차이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라> 다음 도표는 음악별 선호도를 보여 주고 있다. (a)는 사회 직업별 계급 분파를 보여 주고 있다. (b)는 바흐의 곡이고, (c)는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곡인데, 재즈형식을 띤 관현악곡 형태로서 심포재즈닉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곡이다. (d)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곡인데, 대중화, 통속화되었다는 이유로 높이 평가받지 못하는 고전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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