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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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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 12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는 현행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여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는 빨라야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현실적으로 선거 6개월 전에는 법이 개정돼야만 실무적인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고, 헌재도 이 점을 고려해 법 개정 시한을 1년 6개월 뒤인 2008년 12월 31일까지로 정했다.
▽“선거권 제한 정당화할 수 없어”=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법 조항은 공직선거법 15조 2항 1호, 16조 3항, 37조 1항, 38조 1항과 국민투표법 14조 1항 중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선거권 행사 요건으로 규정한 부분들이다.
1999년 헌재는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한 옛 선거법 37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헌재는 북한 주민이나 총련계 재일동포의 선거권 행사 가능성과 선거 공정성 확보의 어려움, 기술적인 문제점 등을 들어 재외국민의 선거권 제한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열린 공개변론에서도 외교통상부는 “재외국민은 병역과 납세 의무가 면제되거나 별도 관리되고 있어 이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내국인과 형평성 시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8년 만에 과거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재외국민은 모두 한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 북한 주민 등과 구분할 수 있다”며 “북한 주민이나 총련계 재일동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추상적 위험성만으로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선거 기술상의 어려움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극복할 수 있다”며 “납세와 국방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선거권을 부인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준비 기간 길고 여야 견해차 커”=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외교관, 유학생, 주재원 등 단기 해외 체류자는 114만 명가량이고, 재일동포 등 외국 영주권자는 171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선거권이 있는 19세 이상은 21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이들 재외국민의 ‘표심’이 앞으로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선거 결과의 향배를 가를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 간 표 차는 39만여 표였고,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 간 표 차는 57만여 표에 불과했다.
문제는 해외에서 투표하기 위해선 기술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헌재도 “선거 기술적인 측면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해결돼야 할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재외국민 선거 관리를 위한 기구와 투표 방법, 신분 확인 절차, 선거운동 방식 등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
중앙선관위는 이미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기술적인 문제를 연구해 왔으며, 해외 공관에서 시뮬레이션도 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공관에서 투·개표를 실시한 후 개표 결과를 중앙선관위에 통보하는 방식이 유력하지만 부정 시비가 일 수도 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앞세운 여야 간의 견해차도 쉽게 좁혀질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유학생, 해외 상사원 같은 단기 체류자는 물론 영주권자에게도 선거권을 줘야 한다며 적극적이다. 재외국민이 대체로 보수성향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 반면 범여권은 유학생과 주재원 등 단기 해외 체류자로 선거권 부여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기 해외 체류자의 상당수가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20, 30대란 점을 겨냥한 것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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