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24시간 뒤쫓는다” 위치추적기 공포

  • 입력 2007년 6월 20일 0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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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독촉-배우자 감시위해 차량에 몰래 설치

누가 설치했는지 알아내도 처벌할 규정없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최모(35) 씨는 고급 아파트에 살며 외제차를 타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사업가. 겉모습은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지만 그는 채무관계가 복잡하다. 최근 그는 채권자 중 한 명이 전화를 해 자신의 동선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는데 놀랐다. 심지어 채권자는 차가 세워져 있는 곳에 갑자기 나타나 “돈 떼어 먹을 생각 마라. 당신은 ‘부처님 손바닥’ 위에 있다”는 말도 했다. 위치추적을 당하고 있다고 직감한 그는 최근 사설 업체에 탐지를 의뢰했다. 그 결과 차량 뒤쪽 바닥에 접착제로 부착돼 있는 위치추적기가 발견됐다.》

어린이 유괴, 차량 도난 등을 방지 하는 용도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위치추적기가 이처럼 타인의 이동 경로를 알아내 감시하고 압박하는 용도로 남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외도 감시부터 채무자 압박까지 =사설 탐정업체인 ‘디텍티브’에 따르면 배우자, 채무자, 회사의 기 밀을 담당하는 직원 등 다양한 사 람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치 추적기가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 업체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평균 20∼30건 이상의 위치추 적기 탐지 의뢰가 들어온다. 확인해 보면 이 중 40% 정도가 실제 위치추 적기가 설치돼 있는 차량들이다.

가장 많은 유형은 배우자의 외 도를 감시하거나 의심하는 경우.

디텍티브의 서진호 대표는 “위치 추적기 탐지 의뢰자의 3분의 2 정도 가 ‘배우자가 나의 외도를 감시하기 위해 위치추적기를 설치한 것 같다’ 며 탐지를 의뢰한다”고 말했다.

채무자 감시 등 타인의 차에 위치 추적기를 설치할 때는 주로 심부름 센터를 동원해 차량 아랫부분에 몰 래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의 차에 배우자를 감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치할 땐 주로 조수 석 쪽의 스피커 내부에 설치하고 배 선도 차량의 배터리에서 공급받게 설치한다. 서 대표는 “차량 외부의 위치추적기는 타인, 내부의 위치추 적기는 가족에 의해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관련 규정 없고, 처벌도 어려워 =다양한 목적으로 위치추적기가 남용되고 있지만 현재 이것을 관리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특히 위치추적기의 구입자를 정 확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일련번호 등이 없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차 량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했는지 알 아내는 게 힘들다.

단순히 누군가가 차에 위치추적 기를 설치해 놓았다는 의심만으로 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없 다. 또 누군가가 차량에 위치추적 기를 설치했다는 것을 알아내 경 찰에 신고를 해도 해결은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누가 설치를 했는 지 알아내는 게 어렵고 위치추적을 해서 폭행을 가했다거나 협박을 했다 는 게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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