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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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글 (가)에서 주인공이 상황에 따라 갈등을 겪게 된 원인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분석한 후 이런 개인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글 (나)의 내용을 중심으로 논술하시오(600자 내외).

■ 학생글

김정환·전북 고창군 상하중학교 3학년

글 (가)의 주된 갈등의 원인은 ‘불신’이다. ㉠에서는 서양에서 들어온 신에 대한 불신, ㉡에서는 일부 그릇된 성직자들에 대한 신자들의 불신, ㉢에서는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다. 이런 불신은 곧 배척감과 죄악 의식으로 바뀐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한다.

글 (가)를 예로 들어보자. ㉠의 경우에는 성직자들이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을 다 해야 한다. 성직자들이 책임을 다 한다면 신을 더 잘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에서는 사람들의 고발정신이 필요한 경우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신발을 잃어버렸다고 누군가가 훔쳐갔다는 등의 고발을 하면 그런 짓을 한 사람이 잡힐 것이고, 사람들의 불신이 없어져서 더는 귀찮게 신발을 가지고 들어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에서는 각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대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서로 믿는 종교가 다르다고 음식을 먹게 하는 것도 싫어한다면 서로 더 배척하게 된다. 그러나 서로의 권리를 존중한다면 그런 일도 없을 것이다.

요즘 세상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많아 발을 쭉 펴고 잘 수가 없다. 서로를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곽재영·충남 금산군 금산여자중학교 2학년

우리는 매일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생활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우리는 그냥 습관처럼 몸에 배인 것이다. 이렇게 안 하면 불안하고 하면 뭔가 아닌 것 같은 다른 마음이 드는 것이다. 원칙주의자, 고지식한 사람이 이곳에 들지 않을까? 꼭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의 주인공인 사람은 종교에 대해서 불신을 가지고 있다. 매일 습관처럼 종교를 가지고 믿었지만 사실 그 주인공은 그 종교를 믿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마음을 가지면서도, 종교를 가지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이러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에서도 주인공은 종교를 버릴 수가 없다. 주인공이 갈등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습관처럼 종교를 가져야 된다는 생각이 고정관념처럼 박힌 것 같다. 바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던 대로만 해서인 것 같다. 어떤 정신을 가져야 되는지도 모르고 하는 것 때문이다. 나는 이런 때에는 (나)에서 말하는 두 번째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핏 보면 아닌 것 같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것, 이런 것이 종교 생활을 하면서도 믿음을 가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자신이 하는 일 즉 종교에서도 자신이 책임을 가지고 불신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총평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을 믿지 못하면 원활한 대인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불신으로 가득 찬 사람은 타인에게까지 답답하고 불쾌한 느낌을 주어서 어느 조직에서든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심지어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6·25전쟁과 같이 참혹하고 황폐화된 경험을 한 사람에게 있어 인간에 대한 불신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박경리의 ‘불신시대’에는 가족의 죽음을 지켜본 고통, 특히 어머니로서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여러 갈등 양상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번 논제는 불신으로 가득 찬 사회에서 이런 불신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었다. 제시 글 (가)의 내용을 보면, 주인공 진영은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은 아들 문수에 대한 죄책감에 힘겨워 한다. 그녀의 이런 힘겨움은 피난길에서 많은 시체를 본 기억과 뒤엉켜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준다. 이런 고통을 없애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것은 종교를 갖는 것이었다. 최종 목적은 죽은 아들 문수의 영혼을 달래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전과 다름없이 혼란스럽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불신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제의 초점은 ‘불신’이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주어진 지문을 읽고 논제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불신을 해소해 줄 다양한 해결책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에서 잘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이 주어진 지문의 큰 틀을 파악하지 못하고 ‘종교’라는 코드에만 집중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쟁으로 인해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인간관계도 흐트러져 있는 상황에서 불신 때문에 종교조차 믿지 못하는 진영의 갈등을 찾는 것이 논제의 핵심이었다면, 일부 학생은 단지 종교를 믿고, 안 믿고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논술에서 원인을 찾을 때는 주어진 지문의 일부 내용만을 참고할 것이 아니라, 전체 제시 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확히 분석하여 출제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현상의 원인은 제시 글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정환 학생의 글은 논제에 따라 갈등의 원인을 정확하게 잘 파악하였다. 세부 상황의 문제에 따라 해결책도 꼼꼼하게 제시해 주었다. 즉 제시 글의 이해와 분석이 돋보였다. 이는 논술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이라 하겠다. 제시문의 이해와 분석은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이므로 계속해서 연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해결책 제시 방식에 있어서 ‘성직자의 책임’, ‘고발정신’, ‘권리존중’ 등 세부 해결책을 일일이 제시하다 보니 글의 흐름이 끊기고 논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각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한 차원 큰 틀에서 여러 문제를 아우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더 명료하고 통일성 있는 논술문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곽재영 학생의 글은 일상생활에 갇혀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이 불안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불신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불신의 태도를 보이면서도 종교를 버리지 못하는 인간의 이중성이 큰 문제임을 지적한 부분이 매우 고무적이었다. 곽재영 학생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정적 시각보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세상에 뛰어들어야 함을 강조했다.

기발하고 참신한 주장이지만 논리적으로 반박 당할 소지도 있다. 잘못된 현상을 발견했을 때, 마냥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이런 자세를 갖게 되면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는 삶이 되지 않을지 등의 반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논자가 책임의식에 대해 논하였다면 차라리 책임의식의 배양을 통해 불신의식을 없앨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다음 글 (가), (나), (다)의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점과 이에 대한 원인을 찾고, 열강들의 식민지 정책 논리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제시문

(가) 가난한 사람들과 식민지 민족은 열등한 존재?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주었다. ‘환경에 잘 적응한 종만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주장은 사회에 적용되어 사회 진화론을 낳았다. 사회 진화론자들은 사회 체제에 잘 적응하면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잘 살게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가난하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빈부의 차이가 나는 것을 진화론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하였다. 이런 생각은 국제 관계에도 적용되어,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를 지배하는 것도 진화론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보았다.[중 2 사회 77쪽]

(나) 19세기 말 2차 산업 혁명으로 자본주의가 크게 발달한 서양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원료를 얻고 상품을 팔거나 자본을 투자할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해외로 진출하여 식민지 획득 경쟁을 하였다. 이 경쟁은 당시 일어나던 민족주의 기운과 맞물려 더욱 치열해졌고, 교통과 통신 기관의 발달은 이를 뒷받침하였다. (중략) 영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추진하였던 세실로즈는 “우리는 나날이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그들이 공장이나 광산에서 생산하는 상품을 팔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영 제국의 4000만 인구가 피비린내 나는 내란을 겪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영국의 시인 키플링은 유색 인종을 미개인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개화시키는 일이 “백인들의 성스러운 의무”라고 말하며 제국주의를 미화하기도 했다. [중 2 사회 104, 105쪽]

(다) 유럽인의 입장에서 아메리카 대륙은 신대륙이었지만, 아메리카 대륙에는 이미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들이 있었다. 미국 정부는 1830년에 인디언 추방법을 제정해 반포하였는데 그 내용은 미국 내의 특정 지역에 ‘인디언보호구역’을 만들어 모든 인디언이 고향을 버리고 이 지역으로 옮겨 와 살게 했다.

이후 미국은 서부로 뻗어나가기 위해 인디언 뿐 아니라 멕시코의 영토도 차지하려했다. 그래서 미국은 무력을 앞세운 영토 확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명의 운명’을 내세웠다. 이는 미합중국이 북미 전역을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지배하고 개발할 신의 명령을 받았다는 논리다.[먼나라 이웃나라-미국 편]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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