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 "뒤늦게 뉘우치며 후회"

  • 입력 2007년 6월 15일 20시 01분


코멘트
"자식사랑 때문이었다는 작은 위안마저도 치졸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뉘우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보복폭행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김승연 회장이 15일 한화그룹 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는 서신을 이메일로 보냈다.

김 회장은 편지 서두에서 "제 마음은 텅 빈 듯 허허롭고 무겁기만 합니다"라며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재벌 총수로선 처음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는 등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이라지만 이번 사건이 이토록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확대되고 저희 한화인들에게 큰 상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며 "그룹의 명예를 실추시켜 (선친께)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고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김 회장은 구치소를 오가는 임직원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아 경영상 큰 공백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제가 직접 발로 뛰며 챙겨오던 해외사업들이 좌초되진 않을까 큰 걱정입니다"라며 "아차! 하는 순간에는 깊은 바닷속으로 침몰하거나 암초에 부딪혀 표류하고 맙니다. 그래서 늘 초조했고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화그룹 직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비록 지금 우리 한화가 큰 시련에 부딪혔지만 임직원 여러분들이 제 개인적인 일로 동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임직원 여러분의 마음의 상처가 크겠지만 하루빨리 상심을 털어 내어 각자의 직분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랍니다"고 부탁했다.

그는 "저는 이번 일을 자성의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는 보다 사려 깊고 신중한 한화의 선장으로서 임직원 여러분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함께 호흡해 나갈 것을 약속합니다"며 "마음의 짐을 벗은 자유로운 몸으로 그리운 여러분들과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고대합니다"고 편지를 끝맺었다.

한편 김 회장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취지로 직접 쓴 탄원서를 최근 법원에 냈다.

1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김 회장은 소위 '보복 폭행'을 저지른 것을 반성하고 선처를 바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해 담당 재판부인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에게 14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김 회장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부터 최근의 심경까지가 상세히 적혀 있으며 재산 사회기부 등 특기할만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김 회장의 보석을 청구했던 변호인도 이날 보석 허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별도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측은 의견서에서 한화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개발 사업을 합작하기로 하고 투자계약을 성사시키는 과정에 긴급성이 있으며 김 회장의 신병이 자유로와야 할 사업상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보복폭행 사건 일부 피해자들도 김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낸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로버트김, 김승연 회장에 "용기 잃지 말라" 이메일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복역했던 로버트 김(67·한국명 김채곤·사진)씨가 보복 폭행 혐의로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빠른 석방을 기원하는 편지를 보냈다.

로버트 김 씨는 1996년 체포돼 2005년 형 집행이 만료됐다. 김승연 회장은 김씨가 펜실베니아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1997년부터 후원회가 결성된 2003년 7월까지 그의 가족에게 남몰래 생활비를 지원한 일이 있다.

15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씨는 14일 보낸 e메일에서 "저도 한 아버지로서 자식사랑 때문에 겪는 고생을 이해한다"며 "한 순간의 실수로 너무나도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번의 뼈아픈 실수가 전화위복이 되고 앞으로 기업을 하는데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8년에 걸친 장기 수감생활을 경험한 저로서는 지금 회장님이 겪고 있는 세상과 단절된 자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잘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이번 사건이 잘 마무리되어 빠른 시일 내에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시기를 바란다"고 빠른 석방을 기원했다.

김씨는 "비록 지금은 상심이 크겠지만 저와 같이 회장님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힘내시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덧붙였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