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공자, ‘논어(論語)’

  • 입력 2007년 6월 12일 03시 00분


기원전 551년 노(魯)나라 추읍에서 태어난 공자는 ‘줄반장’이었습니다. 조금 색다른 점이 있다면, 공자는 볼품없는 줄반장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줄반장 중 하나였다는 겁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요?

기원전 771년 주나라가 무너지자, 중국 대륙은 커다란 혼란에 휩싸입니다. 초(楚) 진(秦) 제(齊) 진(晉) 오(吳) 월(越) 등의 강대국이 중국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툼을 벌였고, 비교적 힘이 약했던 노(魯) 위(衛) 송(宋) 조(曹) 나라 등은 그 틈에서 살아남으려고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중국 대륙 전체가 몹시 어지러웠지요. 먹고사는 일만 해도 여간 힘들지 않았을 겁니다. 만약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났다면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겠습니까?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난 공자는 자신의 삶이 끝날 때까지 ‘올바르고 조화로운 줄 세우기’에 몰두했습니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 나타나는 줄반장과 달리, ‘세상의 질서’를 올바로 세우려고 노력한 줄반장이었지요. ‘논어’는 그런 공자가 세상에 건네준 ‘냄새나는 책’입니다. 논어가 풍기는 냄새 한번 맡아 보지 않을래요?

논어에서 공자는 ‘인(仁)’과 ‘예(禮)’ 두 가지를 바탕으로 세상의 질서를 바로 세우려고 합니다. 그에게 있어 인과 예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인과 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공자는 자신의 목숨도 내놓았을 겁니다. 그럼 여기서 논어 한 구절을 살펴볼까요?

“군자는 밥 먹는 순간에도 인을 어기지 말아야 하고, 아무리 급한 때라도 반드시 인에 근거해야 하고, 위태로운 순간일지라도 반드시 인에 근거해야 한다.”

“공손하면서도 예가 없으면 수고롭기만 하고, 신중하면서도 예가 없으면 두려움을 갖게 되며, 용감하면서도 예가 없으면 질서를 어지럽히게 되고, 정직하면서도 예가 없으면 박절하게 된다.”

이 두 구절만 봐도, 공자가 얼마나 인과 예를 중요하게 여겼는지 짐작하겠지요? 그렇다면 인과 예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요?

‘어질다, 착하다’라는 뜻을 지닌 인(仁)은 ‘바람직하고 조화로운 인간관계 및 그러한 관계를 만들어 내려는 어진 마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 때문에 세상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알맹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리고 예(禮)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자, 인(仁)을 실천하는 올바른 방법 혹은 수단’을 뜻하는 말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인’은 올바른 마음가짐이고, ‘예’는 올바름을 겉으로 드러내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때요, 그리 어렵지는 않지요?

‘논어’가 풍기는 냄새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논어’ 속의 공자는 마구간에 불이 나자 “사람이 다쳤느냐?”고 묻고, “여자는 가까워지면 버릇없이 굴고, 멀어지면 원망한다”고 말합니다. 또 옳은 일을 듣고도 실천하지 못함을 걱정하고, 말솜씨는 어디 써먹을 데가 없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제자를 비판할 때도 있지만 “나는 나의 제자보다 못 하구나”라고 한탄할 때도 있습니다.

‘논어’는 평범하게 태어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 된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냄새나는 집’입니다. 그 집에서는 끊임없이 지혜로운 공자의 냄새가 풍깁니다. 때로는 지독하고 때로는 짜릿하고 때로는 아찔하기도 한 공자의 냄새, 한번 맡아보지 않겠습니까?

아참, 그런데 여러분, 공자의 본명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황성규 학림 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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