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홀로 살면서 번 20여억 원을 이 학교에 기부한 조명덕(74) 할머니의 흉상 제막식이 열린 것.
조 할머니는 지난달 9일 한국외국어대를 찾아 법대 학생들과 학교의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서울 시내에 위치한 14억 원 상당의 땅을 기부했다.
조 할머니는 평안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6·25전쟁이 터지면서 남으로 피란한 후 한정식 집을 하며 억척같이 일해 30, 40대에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공부해야 할 때 하지 못한 한이 남았다. 조 할머니는 젊은 시절 자신이 살던 인근 학교 교문 앞에 서서 한참 운 적도 많았다.
그러던 조 할머니와 한국외국어대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헌법학자 이강혁(72) 당시 총장과 알게 되면서부터. 조 할머니는 법을 몰라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상가 건물을 날릴 위기에 처했으나 이 총장의 도움으로 재산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를 고맙게 여긴 조 할머니는 그 보답으로 1993년부터 매년 3000만 원을 이 학교 법대 학생들에게 기부해 왔다. 1999년에는 장학금 및 발전기금으로 3억 원의 뭉칫돈을 기탁했다.
90학번으로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고시에 합격해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박병주 씨는 “할머니가 어려운 형편에 고시 공부하는 학생들을 불러 밥과 고기를 사 주고 오페라도 보여 줬다”며 “요즘에도 가끔 식사 대접을 하려고 하면 한사코 당신이 먼저 계산하신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명절 때 안부전화하고 시간 날 때 찾아보는 것으로 보답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외국어대는 조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4월 20일 신축 개관한 법학관에 ‘조명덕 홀’을 개관하고 조 할머니의 부조 흉상을 홀 정문 앞에 설치했으며 21일 제막식을 열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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