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덕 할머니 “못 배운 恨 풀어달라” 대학에 20억 쾌척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9분


코멘트
왼쪽부터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조명덕 여사, 김익태 한국외국어대 법대동문회장.
왼쪽부터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조명덕 여사, 김익태 한국외국어대 법대동문회장.
21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평생 홀로 살면서 번 20여억 원을 이 학교에 기부한 조명덕(74) 할머니의 흉상 제막식이 열린 것.

조 할머니는 지난달 9일 한국외국어대를 찾아 법대 학생들과 학교의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서울 시내에 위치한 14억 원 상당의 땅을 기부했다.

조 할머니는 평안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6·25전쟁이 터지면서 남으로 피란한 후 한정식 집을 하며 억척같이 일해 30, 40대에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공부해야 할 때 하지 못한 한이 남았다. 조 할머니는 젊은 시절 자신이 살던 인근 학교 교문 앞에 서서 한참 운 적도 많았다.

그러던 조 할머니와 한국외국어대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헌법학자 이강혁(72) 당시 총장과 알게 되면서부터. 조 할머니는 법을 몰라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상가 건물을 날릴 위기에 처했으나 이 총장의 도움으로 재산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를 고맙게 여긴 조 할머니는 그 보답으로 1993년부터 매년 3000만 원을 이 학교 법대 학생들에게 기부해 왔다. 1999년에는 장학금 및 발전기금으로 3억 원의 뭉칫돈을 기탁했다.

90학번으로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고시에 합격해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박병주 씨는 “할머니가 어려운 형편에 고시 공부하는 학생들을 불러 밥과 고기를 사 주고 오페라도 보여 줬다”며 “요즘에도 가끔 식사 대접을 하려고 하면 한사코 당신이 먼저 계산하신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명절 때 안부전화하고 시간 날 때 찾아보는 것으로 보답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외국어대는 조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4월 20일 신축 개관한 법학관에 ‘조명덕 홀’을 개관하고 조 할머니의 부조 흉상을 홀 정문 앞에 설치했으며 21일 제막식을 열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