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옛도심의 재발견/대흥동 갤러리형 커피숍 청청현-햇비

  • 입력 2007년 4월 5일 0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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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잔디 정원, 담장 주변의 야생화, 우아한 실내 공간, 은은한 클래식 음악, 격조 있는 예술작품….’

대전 중구 대흥동 대전여중 주변에는 고품격의 갤러리형 저택 커피숍 두 곳이 있다. 푸르다 못해 검다는 의미의 ‘청청현(淸淸玄)’과 처음 내리는 비(the first rain)라는 뜻의 ‘햇비’.

손님들은 ‘커피숍’ 간판을 보고 들어가려다 잔디 정원에 놀라 가정집에 잘못 들어왔나 하고 잠시 멈칫거리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개인 저택을 개량한 커피숍들이다.

○ 청청현(042-254-2998)

대전 옛 도심의 명물인 갤러리형 저택 커피숍 원조는 청청현. 인근에서 ‘수라면옥’을 운영하고 있는 손복출(59) 씨가 1998년 9월 문을 열었다.

“식당 주변에 대지 120평의 2층 주택이 매물로 나와 샀어요. 활용 방법을 고민하는데 친구들이 레스토랑이 늘면서 편히 커피 마실 곳이 없어졌다면서 커피숍을 적극 권유했어요. 개업을 하면서 친구들 요구대로 ‘실내 금연’도 선언했는데 당시에는 획기적인 일이었지요.”

손 씨는 이 주택을 뼈대만 빼고 완전히 바꿨다. ‘가정집에 귀한 손님을 초대해 대접하는 분위기’가 콘셉트.

직접 정원에 야생화도 심고 실내 인테리어도 했다. 20여 년간 열심히 모아 온 이종수 씨 등 명인의 도자기와 미술품 등도 커피숍에 철마다 바꿔 전시했다.

“청청현은 선보는 집으로 유명해요. 가끔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 온 부부가 계산을 하면서 ‘여기서 선본 뒤 결혼해 아이도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말하죠.”

손 씨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같은 명사들도 이곳을 찾지만 새 인생을 시작했다는 평범한 부부들을 보면 그 행복 만들기에 나도 일조했나 하는 마음에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 햇비(042-222-0367)

햇비는 400평 터에 자리 잡은 2층 주택으로 규모가 훨씬 크다.

얼마 전까지 ‘원컨설팅’이라는 무역회사를 경영하던 정남일(53) 씨가 2005년 9월 열었다. ‘대신라사’라는 대전의 유명 양복 원단 판매점을 운영하던 부친 정상묵 씨가 1952년 지은 집을 거의 그대로 활용했다.

정상묵 씨의 나무 가꾸기 취미 덕분에 정원에는 수령 100년 안팎의 단풍나무와 해송, 향나무, 전나무 등이 22그루나 늘어서 있다.

개업 한 달쯤 됐을 때 정원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한 외국인이 야외 결혼식을 간청해 허락하기도 했다.

대문과 현관문, 울타리, 벽난로, 계단 난간, 테이블 등이 유럽형 단조 철제 인테리어로 장식돼 고풍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준다. 대전에서 맛보기 힘든 각종 수입 케이크도 준비했다.

“다른 지방에서도 많이 찾아와요. 인천의 한 노부부는 한 달에 한 번씩 어김없이 고속철도(KTX)를 타고 와 분위기를 즐기다 가십니다.”

정남일 씨의 부인 노경화 씨는 “이런 고객을 위해 철마다 꽃을 사다 정원의 옷을 갈아입힌다”고 말했다.

“내 집이라서 적자는 아니지만 임차료를 내야 했다면 벌써 문을 닫았을걸요.”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 원도심 지역 중 신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멋이나 맛, 재미로 소개할 만한 곳이 있으면 제보(mhjee@donga.com) 바랍니다. 이 시리즈는 매주 수, 목요일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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