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초단체장 재량권 남용땐 광역단체장 직권시정 가능”

  • 입력 2007년 3월 22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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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군수·구청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 규정을 어기지 않았더라도 재량권을 남용했을 때에는 시·도지사가 시정명령이나 직권 취소 또는 정지시킬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광역자치단체장이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의 승진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울산 북구청장이 울산광역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2일 대법관 13명 중 8대5의 의견으로 구청장 측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시·군·구 단체장 자치사무의 일종인 소속 공무원 승진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게 이뤄진 경우 시·도지사는 지방자치법 157조 1항에 따라 시정명령이나 취소, 정지 처분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4년 11월 울산시장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총파업에 참가한 북구청 공무원 6명에 대해 징계 의결을 요구했으나, 북구청장이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이들을 승진시켰다. 그러자 울산시장은 이 승진 처분을 직권 취소했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울산시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울산 북구청 공무원들의 행위는 임용권자의 징계의결 요구 의무가 인정될 정도의 징계사유가 명백하다"며 "북구청장이 울산시장의 징계의결 요구 지시를 무시한 채 오히려 승진 임용한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현저하게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상급 지자체가 하급 지자체의 사무 집행에 어느 정도까지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은 "오히려 울산시장의 취소권 행사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국가와 상급 지자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하급 지자체의 의견을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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