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비판 하루 만에… 교육부 “표지서 이름 빼달라”

  • 입력 2007년 2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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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2일 공개한 경제교과서 모형의 표지. 하단에 두 기관의 명의가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2일 공개한 경제교과서 모형의 표지. 하단에 두 기관의 명의가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개발해 일선 교사들에게 배포하기로 했던 경제교과서에서 원래 계약과 달리 교육부 명의를 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일부가 이 책이 시장 편향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교과서 모형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13일 방침을 바꿨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에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 하루 만에 명의 삭제=교육부는 14일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 표지의 저자 명의에 교과서를 만든 한국경제교육학회만을 넣기로 했다”면서 “본문 내용은 문제가 없어 그대로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12일 공개한 경제교과서 모형의 견본 표지에는 교육부와 전경련의 명의가 들어 있었다.

교육부는 “교육부와 전경련이 책 개발에 5000만 원씩을 지원했으나 교육부가 직접 기술하지 않아 이름을 넣는 것이 부적절하다”면서 “저작권은 두 기관이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과서는 지난해 6개월간 공청회와 경제교과서발전자문회의 등을 거쳐 내용을 검증받았을 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전경련과 책을 공동 명의로 배포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교육부는 이 사실을 언론에 발표한 뒤에야 전경련과 합의를 이끌어 냈다. 전경련 측은 교육부의 협의 요구를 받고 마지못해 합의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 때문에 민주노총 등이 이 책의 내용을 비판한 것이 교육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3일 성명에서 “경제교과서가 반(反)노동자적 신자유주의 경제를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있다”면서 “단체교섭권은 제한이 가능하다든지 높은 실업률은 노조 탓이라는 식의 왜곡된 시각으로 학생들의 올바른 노동의식을 가로 막는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경제교과서 모형이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등 상식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실무자의 13일 청와대 방문에 대해 청와대와 교육부는 “교육부 실무자가 업무와 관련된 전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방문했다”면서 “청와대는 명의 변경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와 청와대 양측은 구체적인 설명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전경련, “어이없어”=박찬호 전경련 사회협력본부장은 “교육부 관계자가 이날 오후 전경련에 찾아와 교육부 명의를 빼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교육부의 제안을 거절하고 당초 계약대로 교육부와 전경련 명의로 교과서를 배포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지만 교육부의 거듭된 요청을 뒤늦게 받아들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교육부가 이름을 빼겠다는 것은 노동계의 비난을 혼자 피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교과서는 한국경제교육학회 단독 명의로 3월 일선 학교에 배포되게 됐다.

전경련은 노동계 등의 지적에 대해 “이 책은 참고용 도서로 시장경제의 원리 이해를 위해 발간된 것”이라며 “책을 정독하면 균형된 시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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