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육감 첫 직선’ 시민들은 깜깜

  • 입력 2007년 2월 1일 02시 59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민 직접투표에 의해 선출하는 부산시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들의 무관심 때문에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으로 부산 시민들은 14일 직접투표로 교육감을 뽑는다. 선거를 2주일 앞둔 31일 후보 5명이 선관위에 등록을 마치면서 285만 지역 유권자를 상대로 한 선거전이 시작됐다.

이날 설동근(59) 현 교육감, 윤두수(72) 전 부산시 교육위원, 이병수(49) 고신대 교수, 임혜경(59·여) 전 용호초교 교장, 정용진(64) 전 부산시 부교육감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정작 선거의 주인인 부산 시민들은 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상태다. 투표율이 공직선거 사상 최악인 15% 안팎일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시민들의 낮은 참여로 예전처럼 교육계만의 선거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5명의 후보는 이미 유권자들에게서 “교육감은 교사가 뽑는 것 아니냐? 난 직장인이다”, “14일은 밸런타인데이 아닌가요?”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학습지 교사 노해성(34) 씨는 “직업상 교육에 관심이 많았는데 주민 직선으로 바뀌었는지 오늘 알았다”고 말했다.

불법 선거운동 단속이 주 임무인 부산선거관리위원회는 요즘 ‘선거홍보위’로 불릴 정도다. 승합차 18대를 빌려 나이트클럽 광고차량처럼 전면을 홍보 문구로 꾸미는가 하면 홍보단 250명을 꾸려 시내 곳곳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선거일이 밸런타인데이와 설날 대목 등과 겹친 것을 감안해 투표한 시민에게는 영화관람권과 대형마트 할인쿠폰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때 정치권이 교육감 선거에 깊이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불개입으로 돌아섰다.

각 정치세력은 선거에 발을 디뎠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간선제 시절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에 조직적으로 참여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후보나 선거비용을 낼 처지가 안 되는 데다 친(親)전교조 성향 후보도 없다”며 엄정 중립을 선언했다. 당초 지지 후보를 내세우려고 했던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도 부산시 교육감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육감에게 교육 예산 및 인사 집행 등 법으로 보장된 권한만 17가지다. 부산시 교육감만 하더라도 연간 2조2290억 원가량의 예산 편성 및 집행권을 행사한다. 여기에는 부산 시민이 내는 각종 세금 4115억 원(1년 예산 대비 18.5%)가량이 포함돼 있다.

부산 교직원 5만5100여 명에 대한 인사도 1년에 두 번 쥐락펴락할 수 있다. 지역 초중고교생 57만7000여 명의 교육과정 운영과 5조9000억 원대의 국·공유재산 관리, 학교 설립과 폐지도 책임진다.

부산대 이희열(사회교육학부) 교수는 “시민들의 투표 참여가 낮으면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교운영위원이나 교육자 등 그들만의 조직 선거가 될 가능성이 짙다”며 “이 경우 직선제를 통한 교육자치의 완결판도 무너질 뿐 아니라 간선제만도 못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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