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32년전 제자들과 ‘추억 수업’

  • 입력 2007년 1월 30일 06시 52분


“새내기 교사 시절 여러분을 만났는데…. 이제 내가 배워야 할 형편이 된 것 같아요.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인생은 열심히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경남 사천시 용현면의 사립 용남중 문정렬(60) 교장. 다음 달 말 퇴임하는 그는 최근 35년 교직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특별 수업’을 했다.

1975년 그가 담임이었던 3학년 E반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사은회를 겸한 ‘추억의 수업’을 하고 싶다”며 학교로 찾아온 것. 경상대를 졸업하고 영어와 농업을 가르친 문 교장은 이들의 1학년 1학기 담임도 맡았다.

박수 속에 교실로 들어선 그는 40대 후반에 접어든 당시 반장 박외경(47·공무원) 씨 등 30여 명의 제자 이름을 부르며 일일이 손을 잡았다. 이어 20여 분 동안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특색을 살려 나아가면 뭔가 이룰 수 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건강하여라. 가정에서의 참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요지의 특강을 했다.

교사, 교수, 학원장, 사업가, 공무원, 주부 등 제자들은 진지하게 선생님 말씀을 들었다. 이어 추억을 돌이켜보는 시간. 문 교장의 ‘화려한 악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박수와 웃음이 터졌다.

“눈에서 불꽃이 튈 정도로 맞은 적이 많습니다. 저희들 야간 자율학습 시켜 놓은 것 잊고 퇴근하신 일 기억나십니까.”(조용량 씨·사업)

“혼쭐을 낸 다음 교무실에 불러 소염제를 발라주기도 했습니다. 몽둥이를 든 채 밤 10시까지 교실을 지키던 모습이 생생합니다.”(장영길 씨·교사)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왜 우리 선생님만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김영희·주부)

수업을 마친 제자들은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밤이 이슥하도록 선생님과 정을 나눴다.

1970년대는 고교 입시 경쟁이 치열하기도 했지만 문 교장의 ‘스파르타식 교육’은 남달랐다. 요즘 같으면 상상조차 어려운 체벌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순수성과 ‘정열’을 이해한 때문인지 스승의 날이면 제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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