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난 '형제모임' 수사

  • 입력 2007년 1월 24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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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주(58·구속 기소)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의 로비 의혹 수사가 '형제 모임'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채 일단락됐다.

검찰은 2001년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를 시도하던 김 씨에게 매수돼 신용금고 대표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내부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김중회(58)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24일 기소하는 선에서 금고인수 과정의 불법성 수사를 사실상 끝냈다.

검찰은 당초 김흥주 씨가 종신 회장으로 있는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들의 모임(45인회)'이 금고 인수 과정에 조직적으로 가담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이 부분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직 검찰 간부와 정치인, 금감원 간부, 감사원 간부 등이 의혹의 정점에 있었으나 혐의점이 확인된 인물은 김중회 부원장과 신상식(55·구속)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 한광옥(65)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3명이다.

한 전 실장은 금고인수와 별개로 2001년 김씨에게 마포구 도화동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사무실 운영비를 대납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인사청탁을 받은 혐의로 주말경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달 초 "김흥주 씨와 정관계 인사들이 서로 알음알음 어떤 걸 잘못했는지 알아보는 게 (수사의) 목표다"라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내놓은 수사결과는 너무 초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씨의 금고인수와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현직 검찰 간부들의 불법성을 확인하지 못해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서부지검이 다른 정부 기관의 고위 인사에게는 단호한 조치를 취한 것과 비교하면 이중 잣대를 쓴다는 비난도 있다.

검찰은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강남 고급주점에서 접대를 받다가 총리실 암행감찰단에 적발된 뒤 보고가 누락된 사건을 두고는 공소시효가 끝났음에도 '관계기관에 통보해 인사 조치하도록 자료를 만든다'는 입장인 데 반해 검찰간부 얘기만 나오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다만 현직 부장검사가 금고인수 과정에서 변호사로서 10억 원대 돈거래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대검에 넘겼다.

김흥주 씨가 금고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내사를 받자 이를 무마하려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현직 검사장도 추궁할 부분이 새롭게 나오면 법무부에 자료를 넘긴다며 이번 사건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진행형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금고인수 비리에 연루된 인물들의 기소를 마무리 지은 뒤 그동안 검찰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핵심 의혹들을 계속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이근영(70) 전 금감원장의 금고인수 과정 개입 여부, 감사원 간부 K 씨가 김흥주 씨에게 경기 지역 S금고에서 수십억 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했다는 의혹, 전직 검찰간부가 변호사로서 김 씨의 용인 삼가동 토지 사기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이 최우선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검찰이 다음 달 초순 예정된 내부 인사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혹들을 낱낱이 규명할지 아니면 '태산명동서일필'이었다는 비난을 감수할지는 향후 수사 의지와 성과에 따라 판가름나게 됐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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