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로 간질환 악화된다" 판결

  • 입력 2007년 1월 24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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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B형 간염이 급격히 악화돼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상준)는 24일 B형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돼 숨진 외교통상부 직원 A 씨와 보험회사 직원 B 씨의 유족이 각각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유족 측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문가들의 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과로나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해지면 간염 바이러스가 증가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다"며 "A 씨와 B 씨는 업무로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B형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경과보다 급격히 빠르게 간암으로 악화돼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2002년 10월 "과로나 스트레스를 간 질환 악화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대법원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 판례의 근거였던 2001년 대한간학회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증거자료로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대법원 판례가 바뀌는 것으로 이어질 때에는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대한간학회의 '간 질환 관련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보고서에 대해 "간 질환과 과로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용역을 받아 작성됐기 때문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의학적 연구 없이 외국의 연구결과와 국내 판례를 단기간에 요약정리한 수준이어서 과로와 간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자료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A 씨와 B 씨 유족은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던 A, B 씨가 각각 2005년 7월과 10월 간암으로 숨지자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된 만큼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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