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빼돌리고 940억수표 위조 은행원 도피 6년 만에 자수

  • 입력 2007년 1월 5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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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은행에서 수백억 원을 빼돌리려다 실패하고 도주해 일용직을 전전해온 전직 은행원이 6년 만에 자수했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경기 부천시의 한 수협에서 대리로 일하던 이모(43) 씨는 2001년 9월 먼 친척으로부터 "전산망 조작을 통해 600억 원을 빼돌리면 50억 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평소 월급이 적어 불만이던 이 씨는 같은 달 27일 오전 출근 후 지점에서 관리하던 고객 돈 500억 원과 100억 원을 2개의 지정된 은행 계좌에 입금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몰래 훔친 백지수표 37장에 지점장 직인을 찍어 30억 원 권 30장, 1억 원 권 5장, 25억 원 권 1장, 10억 원 권 1장 등 총 940억 원 상당의 수표를 위조했으며 보관 중이던 공금 1억9000만 원까지 챙겨 은행을 나섰다.

하지만 이 씨와 공모한 일당 4명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은행에서 100억 원을 인출하려다 거액 인출을 수상하게 여긴 은행 직원의 신고로 현장에서 붙잡혔다. 미리 도피했던 이 씨는 경찰이 수표 발행정지 처분을 하는 바람에 위조수표를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경찰은 이 씨가 광주와 부산, 충청남도 홍성 등을 떠돌면서 일용직 노동 등을 해왔으며 체포될까봐 두려워 가족들도 찾아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 씨는 2일 고향 친구와 술을 마시다 "도망치는 데 지쳤다. 자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친구의 연락을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면서 5년 넘게 지속된 도피행각에 종지부를 찍었다.

경찰은 3일 이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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