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도 게임기는 쉴 새 없이 돈다

  • 입력 2006년 12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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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영등포역 근처의 한 성인용 게임업소에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게임기가 즐비한 가운데 손님이 가득 차 있다. 김재명 기자
24일 서울 영등포역 근처의 한 성인용 게임업소에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게임기가 즐비한 가운데 손님이 가득 차 있다. 김재명 기자
22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사행성 성인오락실 A업소.

어두컴컴한 조명에 담배 연기가 가득한 오락실 안에서는 70대의 게임기가 번쩍거리는 화면에 찌릿한 전자음향을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게임장 안에 있는 손님은 15명. 하지만 한 사람이 게임기를 4, 5대씩 차지한 채 게임을 하고 있어서 놀고 있는 게임기는 없다. 이 업소와 불과 20여 m가 채 되지 않을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둔 맞은편에는 사행성 성인오락실 단속업무를 맡고 있는 일선 경찰서 생활안전과에 소속돼 있는 지구대가 있다.

올해 7월 불거진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검찰과 경찰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일제히 자취를 감췄던 사행성 성인오락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성업 중이다.

사행성 성인오락실이 하나 둘씩 영업을 다시 시작하자 ‘바다이야기’ 등 성인용 게임에서 많은 돈을 날린 사람들이 ‘본전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오락실로 다시 몰리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업소들은 기계가 모자랄 정도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대부분의 업소들은 간판도 없고 바깥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검은 비닐로 유리창을 가린 채 영업 중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찾아간 성북구 돈암동의 B업소. 한 여종업원이 손님들에게 예시와 연타기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하얀 다이아몬드가 가운데 오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거고요, 배경 화면이 어두워지면서 물방울 터지는 소리가 나면 곧 큰 점수가 터진다는 ‘예시’예요. ‘연타’도 있습니다. 바다이야기랑 다른 게 별로 없어요.”

예시와 연타 기능은 사행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단속 대상이다.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최근 다시 활개를 치고 있는 게임은 ‘다이아몬드’와 ‘아이스랜드 어드벤처’. 게임 이름과 화면 구성만 약간 다를 뿐 게임 방식은 바다이야기와 거의 같다.

경품용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불법 환전도 여전했다. 영등포역 근처의 C업소에서는 오락실 입구 바로 옆에 1평 남짓한 불법 환전소가 있고 이곳에서는 5000원짜리 상품권을 현금 4500원으로 바꿔주고 있었다.

사행성 성인오락실을 찾는 사람 중에는 30∼50대의 자영업자나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40, 50대 주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대부분 “바다이야기 때 잃은 돈을 따러 왔다”고 말했다.

관악구 봉천동의 D업소에서 만난, 막노동을 한다는 40대 남성은 “바다이야기로 1000만 원을 날렸다”며 “본전 생각에 다시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 문을 닫았던 사행성 성인오락실이 최근 속속 영업을 재개하자 검찰과 경찰은 당초 올 12월 31일까지로 계획했던 단속 기간을 경품용 상품권이 폐지되는 2007년 4월 28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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