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2007학년도 서울대 2학기 수시 논술고사 문제 및 해설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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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치른 서울대 2학기 수시모집 논술고사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려는 서울대 논술의 전형이라는 평가다. 이번 논술 문제는 정시모집 전형을 앞둔 올 대입 수험생과 2008학년도 이후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해야 할 고교 1, 2학년생 모두에게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 전문과 해설을 싣는다.》

부모의 뜻 어떻게 따르는 것이 진정한 孝인가

【논제】

□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는 김부식(金富軾)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실려 있는 글이다. 삼국사기를 다시 편찬한다고 가정하고, 【제시문 가】의 사실에 대해서 【제시문 나】와 같은 성격의 글을 작성하라. (단, 아래의 조건을 만족시킬 것)

○ 호동과 김부식은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어떠한 가치들이 갈등하는 문제인지 딜레마의 형태로 그 문제를 정의하라.

○ 호동의 대응과 김부식의 논평에 드러난 양자의 가치관과 가치 실현 방법을 비교 분석하라.

○ 【제시문 나】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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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가】

여름 4월에 왕자(王子) 호동(好童)이 옥저(沃沮)에서 유람하고 있는데, 낙랑왕(樂浪王) 최리(崔理)가 길을 나섰다가 마주쳐서 물었다.

“그대의 얼굴을 보니 예사 사람이 아니오. 북국(北國) 신왕(神王)*의 아드님이시지요?”

그러고는 함께 돌아가서 자기 딸을 아내로 삼게 했다. 뒤에 호동이 귀국해서는 사람을 시켜 최리의 딸에게 몰래 전갈했다.

“만약 그대 나라의 무기고에 들어가서 고각(鼓角)을 부숴버리면 내가 혼인의 예(禮)를 갖추어 맞이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두겠소.”

예전부터 낙랑에는 적병이 올 때마다 스스로 소리를 내는 고각이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부수도록 시킨 것이다. 이에 최리의 딸이 예리한 칼을 가지고 무기고 안에 몰래 들어가 고각을 부수어 버리고 호동에게 알려주었다. 호동은 왕에게 권해 낙랑을 기습하게 했다. 최리는 고각이 울리지 않으니 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구려 군대가 성 아래까지 엄습해 온 다음에야 고각이 부수어진 것을 알고, 딸을 죽이고, 나와서 항복했다. (다른 기록에 따르면, 고구려 왕이 낙랑을 멸망시키고자 청혼하여 그 딸을 호동의 처로 삼아 데려 왔다가, 뒤에 낙랑에 돌아가서 고각을 부수도록 시켰다고 한다.)

같은 해 겨울 11월에 왕자 호동이 자살했다. 호동은 왕의 차비(次妃)인 갈사왕(曷思王) 손녀의 소생이다. 아주 잘생겨서 왕이 매우 사랑하고, 그래서 이름을 호동이라 했다. 원비(元妃)는 왕이 적자(嫡子)의 자리를 빼앗아 호동을 태자로 삼을까 염려해 왕에게 참소(讒訴)했다.

“호동이 저를 예(禮)로 대하지 않으니, 왕실을 어지럽히려고 할지 모릅니다.”

왕이 말했다.

“당신은 남의 자식이라고 미워하는 것 아니오?”

원비는 왕이 자기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을 알고는, 장차 화(禍)가 자신에게 미칠까 염려해 눈물을 흘리면서 고했다.

“대왕께서는 은밀하게 조사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일이 없으면 제가 죄를 받겠습니다.”

이에 대왕은 호동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장차 죄를 주려고 하였다. 어떤 사람이 호동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어찌 스스로 밝히려고 하지 않는가?”

호동이 대답했다.

“내가 밝히면 어머니의 잘못을 드러내게 되고, 그러면 대왕에게 근심을 끼치게 되니, 효도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고는 칼에 엎어져 죽었다.

* 북국(北國) 신왕(神王) : 고구려 제3대 왕 대무신왕(大武神王)

【제시문 나】

(나 김부식은) 논(論)하여 말한다. 이 대목에서 왕이 참언(讒言)을 믿어 죄가 없음에도 사랑하던 아들을 죽였으므로 그 어질지 못함은 논할 여지도 없다. 그러나 호동도 죄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째서 그러한가? 자식으로서 아비의 책망을 받을 때는 마땅히 순(舜) 임금이 아버지 고수(고수)에게 하듯** 해야 한다. 작은 매는 맞되 큰 매는 달아나 아버지를 불의(不義)에 빠뜨리지 않게 해야 하는 법인데, 호동은 큰 매를 피해야 함을 미처 깨닫지 못해서 죽지 말아야 할 곳에서 죽었다. 이는 소절(小節)에 집착하다가 대의(大義)에 어둡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 순(舜) 임금이 아버지 고수(고수)에게 하듯 : 순의 아버지 고수와 계모는 순을 학대했다. 고수는 순을 매일같이 때렸는데, 순은 참고 맞다가 큰 몽둥이로 때리면 도망갔다. 그것은 큰 몽둥이에 맞아 죽으면 아버지에게 불효가 될까 해서였다고 한다.

《이 문제는 마치 과거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묻는 것처럼 보인다. 끼워 맞추기 식의 판박이 논술을 지양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논술이다. 문제가 낯설수록 더욱 논제와 제시문 파악에 충실해야 한다. 이 문제는 호동과 김부식이 처한 딜레마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하다. 이 해설은 단지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어떤 관점을 택하든 일관되게 논지를 끌고 가야 한다. 》

■ 논제 분석

논제는 ‘삼국사기를 다시 편찬한다고 가정하라’고 했다. 오늘의 관점에서 삼국사기를 재해석하라는 뜻이다. ‘과거의 효도관을 오늘의 바람직한 효도관에 입각하여 비평하라’는 요구다. 여기에 덧붙여 ‘(나)와 같은 성격의 글을 작성하라’고 했다. 김부식처럼 호동의 행위를 평가하라는 것이다. 거기에 (나)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라 했으니, 글 속에 김부식에 대한 평가도 녹여 넣어야 한다.

■ 제시문 분석

▷낙랑공주의 슬픈 사연=대무신왕, 호동, 그리고 낙랑왕은 모두 충(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호동이 아버지의 명에 따라 부부의 도리를 버렸다는 것에서 충과 효가 같은 가치이거나 충이 효를 포함하는 가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아내더러 나라를 배반하고 죽게까지 한 것은 불의다.

▷호동의 논리=그의 갈등은 부모의 뜻을 거슬러 ‘올바름’을 밝힐 것인가, 아니면 비록 오해라 할지라도 부모의 뜻을 따를 것인가라 할 수 있다. 그는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부모의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아내와 자기를 죽이는 무조건적인 복종이 과연 효도일까? 그것이 부모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는 것일까?

▷김부식의 논리=그는 ‘아비가 분명히 잘못했다’ 함으로써, 시비와 효도의 올바른 관계를 모색한다.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최대한 부모의 뜻을 따라야 하지만, 그 뜻이 잘못된 것일 때조차 따르는 것은 부모를 불의에 빠뜨리는 큰 불효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올바름에 입각하여 끝까지 인내하는 것이 진실한 효도다. 그러나 그는 낙랑공주의 불행을 언급조차 않는다. 이는 오늘의 관점으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이상에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부분은 ‘부모의 뜻을 따른다’는 말의 참뜻이다. 그 순간, 무조건적인 복종이 효도일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 문제 해결

▷가치의 갈등=호동의 갈등은 진실을 밝히느냐, 덮어 두어 부모를 근심에 빠지지 않게 하느냐다. 그는 후자를 택한다. 김부식은 정반대다. 그는 아비의 잘못을 분명히 지적함으로써 옳고 그름의 판단에 입각한 효도를 주장한다. 따라서 둘 다 ‘진실(올바름)과 인정(人情)’이라는 가치의 갈등 상황에 처해 있다.

▷가치관과 가치 실현 방법=효도라는 가치관에서는 둘 다 같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관점에서는 서로 다르다. 호동은 부모의 뜻을 따르기 위해 자기는 물론 아내를 죽게 하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무조건적인 복종이다. 김부식은 올바름이라는 더 큰 대의에 입각하여 효도를 본다. 그러나 그는 호동이 이미 효도를 위해 불의를 저지른 것에는 침묵하고 있다. 이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재편찬 ‘사기’에 들어갈 내용=반드시 언급해야 할 핵심은 ‘무엇이 부모의 뜻인가’다. 과연 호동더러 죽으라는 것이 아버지의 뜻일까? 또 호동이 모함조차 체념적으로 받아들이기를 아버지는 바랐을까? 아버지가 호동을 죄 주려 한 것은 그야말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그 뜻은 아버지의 진정한 뜻이 아니다. 그렇다면 호동은 아버지의 뜻이 아닌 것, 일시적으로 잘못된 뜻에 복종한 꼴이다. 참다운 ‘부모의 뜻’은 자식이 올바르게 자라주는 것, 자기 자질과 소망에 어울리는 삶을 사는 것, 그래서 세상에 보탬이 되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진정한 효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참다운 부모의 뜻을 헤아려서 그 뜻을 실현하는 삶이다. 만약 부모의 요구가 내가 헤아린 뜻과 어긋날 경우에는 어떡할까? 그것이 나다운 삶, 진실한 효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최선을 다해서 부모에게 간해야 한다. 그것조차 좌절되는 경우라면? 김부식은 그저 ‘죽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라면,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도 있다. 당장에는 불효처럼 보일지 몰라도, 왜곡된 부모의 뜻을 따르다가 올바름, ‘나다운 삶’에서 멀어졌음을 발견하고 부모를 원망하는 불효보다야 훨씬 낫다. 이럴 경우에도 나의 진심을 부모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효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부모의 뜻과 내 뜻이 서로 교류하게 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호동은 단 하나의 가치를 위해 다른 가치를 모두 희생시킴으로써 큰 불효를 저지른 것이다.

우한기 청솔·‘일이관지’ 논술연구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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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학림논술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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