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잃어 가는 대한민국…2006 사회통계 조사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대한민국 가장(家長) 3만3000명에게 물었다, ‘일생 동안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46.7%가 ‘낮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답은 27.5%에 그쳤다. 과거에는 자신과 공동체의 미래를 낙관하는 한국인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절반가량이 평생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신분 상승’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여긴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고 비관과 불안이 확산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구체적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통계청은 전국 3만3000가구의 만 15세 이상 가구원 7만 명(가장 3만3000명 포함)을 대상으로 올해 7월 실시한 가족과 보건, 사회참여, 노동 분야의 사회통계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는 3∼4년에 한 번 발표된다.》

○ 확산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조사 결과 노력해도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가장은 전체의 46.7%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의 주력 계층인 30대(52.8%)와 40대(51.9%)는 절반 이상이 계층 상승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가장의 비율은 1999년 조사 때 25.5%에서 2003년 29.3%, 이번에는 46.7%로 급격히 높아졌다. 과거 조사 때의 ‘보통이다’라는 항목이 이번에는 사라졌지만 부정적인 답은 꾸준히 늘어난 셈이다.

자녀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높다’고 답한 비율은 39.9%로, 낮다고 답한 29.0%보다 많아 아직 자녀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과거 조사 때보다는 부정적인 답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 ‘나는 중산층’ 3년 새 2.8%P 줄어

전체 조사대상 7만 명 중 경제적인 면과 직업, 건강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은 전체의 28.9%에 그쳤고 ‘보통’이 38.8%, ‘불만족’이 32.3%였다.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가장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소득과 직업, 교육, 재산 등을 고려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의 1.5%였고 ‘중’은 53.4%, ‘하’는 45.1%였다.

2003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상’은 거의 변동이 없지만 ‘중’은 2.8%포인트 감소하고 ‘하’는 2.7%포인트 늘어났다.

○ 선호하는 직업 1위는 공무원

통계청이 청소년으로 분류한 15∼24세의 고민거리 중 ‘직업’이 2002년 6.9%에서 올해 29.6%로 급등하며 ‘공부’(35.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심각한 취업난이 청소년들의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직장은 국가기관(33.5%)이었다. 공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답(11.0%)까지 합하면 직업 선택의 잣대로 안정성을 꼽은 비율은 44.5%에 이른다.

청소년들 중 고민을 아버지와 상담한다는 응답은 2.9%에 그친 반면 친구나 동료와 상담한다는 비율은 49.9%에 이르렀다.

배우자나 미혼 자녀와 따로 살고 있는 ‘분산가족’은 조사대상의 21.2%였다. 특히 월평균 소득 60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 중 26.9%가 분산가족이었다. 다른 소득층에 비해 국내 ‘주말부부’보다는 배우자나 자녀를 해외에 보낸 ‘기러기 가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부모의 생활비를 장남이 주는 가구의 비율은 2002년 22.7%에서 올해 15.1%로 떨어졌다. 반면 ‘모든 자녀’가 함께 생활비를 주는 가구와 딸이 주는 비율은 같은 기간 11.4%에서 24.2%, 1.7%에서 2.3%로 각각 높아졌다.

○ 40, 50대 자살 충동 많이 느껴

10명 중 1명꼴(10.3%)로 지난 1년 동안 적어도 한 번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충동 비율은 남성(9.0%)보다는 여성(11.5%)이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12.7%)와 50대(11.6%)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살을 생각한 이유로는 가장 많은 이가 ‘경제적 어려움’(48.2%)을 꼽았고 ‘가정불화’(15.4%), ‘외로움, 고독’(12.0%)도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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