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여성 신랑감 제1조건은 ‘체격’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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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에 온 새터민(탈북자) 김모(35·여) 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난 남한 남성의 듬직한 체격과 자상한 성격을 보고 한눈에 반해 결혼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 살면서 북한과 중국에서 숱하게 고생했는데 한국에서는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체격을 가진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고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체격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본보가 새터민 여성을 위한 국내 유일의 결혼정보업체 ‘남남북녀’에 등록한 여성 회원 512명의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회원의 절반에 가까운 250명은 선호하는 남성 1위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남자’를 꼽았다.

남남북녀를 운영하는 새터민 강학실(38·여) 씨는 “돈이 아무리 많고 직업이 괜찮아도 체격이 작으면 새터민 여성들이 퇴짜를 놓는 사례가 많다”며 “키가 175cm 이상에 누가 봐도 듬직한 체격인 남성은 새터민 여성들이 1순위로 꼽는 결혼 상대자”라고 말했다.

새터민 여성 최모(29) 씨는 “북한 남성과 마찬가지로 북한 여성도 체격이 작은 사람이 많다”면서 “2세를 생각해 체격이 좋은 남성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터민 여성들은 최근까지 ‘까치는 까치끼리, 까마귀는 까마귀끼리’라며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새터민 남성과의 결혼을 선호했다. 하지만 요즘은 남한 남성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관계자는 “북한에서 남성은 가부장적인 면이 남아 있다”며 “새터민 여성은 한국 TV 드라마의 영향으로 남한 남성이 훨씬 자상하고 친절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에 따르면 국내에 살고 있는 새터민은 올해 11월까지 모두 8390명으로, 이 중 여성이 4978명이다. 과거에는 새터민 남성의 수가 훨씬 많았지만 2000년 이후 새터민 여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탈북 후 중국에 쉽게 발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터민 여성의 결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는 법률적 미비. 북한에서 결혼한 남편의 이름이 한국에 와서도 남편으로 남아 있다. 법적으로 북한 남편과 이혼해야 한국 남성과 결혼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가정법원에 새터민들의 이혼 청구가 8월 현재까지 225건이 접수됐지만 이 가운데 처리된 사건은 고작 8건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많은 새터민 여성은 합법적인 결혼을 못하고 동거를 선택하며, 남성에게 사기를 당해도 법적 도움을 못 받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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