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라고 유학 못가나요”…선린인터넷고 두자릿수 美명문대 진학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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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유명 주립대 합격의 꿈을 이룬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 3학년 학생들. 앞줄 왼쪽부터 박성호, 송정우, 사유찬, 김진수 군. 뒷줄 왼쪽부터 이병주, 이호준, 최환웅, 김대웅, 김근모 군. 김재명 기자
정보기술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유명 주립대 합격의 꿈을 이룬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 3학년 학생들. 앞줄 왼쪽부터 박성호, 송정우, 사유찬, 김진수 군. 뒷줄 왼쪽부터 이병주, 이호준, 최환웅, 김대웅, 김근모 군. 김재명 기자
중학교 때만 해도 성적이 중간 이하를 맴돌던 학생들이 실업계 특성화고에서 쌓은 정보기술(IT)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명문대로 유학가게 됐다.

서울 용산구 청파동 선린인터넷고(옛 선린상고) 유학반 3학년 학생 13명이 미시간대, 워싱턴대, 펜실베이니아대, 미네소타대 등 미국 중상위권 주립대에 합격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에도 15명을 미국 주립대로 유학 보내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보지 않고 IT 분야 특성화고라는 이점을 살려 국제기술자격증을 얻어 외국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수두룩한 특수목적고나 인문계고도 아닌 특성화고에서 나온 놀라운 결과는 한 교사의 정성어린 뒷바라지와 학생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2년부터 이 학교에서 산학 겸임교사로 근무했던 하인철 교사는 “미국에 유학가고 싶다”는 한 제자의 이야기를 듣고 150여 개 주립대의 입학 조건을 일일이 찾아봤다.

광주상고 출신인 하 교사는 고교 졸업 후 미국에서 13년간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다 귀국한 후 뚝 떨어진 실업계고의 위상을 실감했다. 그는 제자의 소원을 이뤄줘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처음에 유학반 만든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은 특목고도 아닌데 가능하겠느냐는 말을 많이 했어요. 서울대가 안 뽑는 실업계 출신 학생을 미국 대학이 선발하는 것을 보고 한국 대학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하 교사는 토플 CBT 300점 만점에 210점 이상, 5점 만점에 평균 3.5점인 내신 성적, 국제기술자격증이 있으면 실업고 학생들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국제기술자격증 취득 준비가 급했다. 이번에 합격한 13명은 CCNA(Cisco Certified Network Associate) 등 컴퓨터 네트워크 국제 공인자격증을 땄다.

미시간대 등 5개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은 조현민(18) 군은 “매일 3시간 자격증 공부하고, 방학 때는 학원에 다니면서 토플 시험 준비를 했다”며 “컴퓨터를 공부하고 싶어 특성화고를 선택했고, 안철수 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근모(18) 군은 미시간 공대 등 5군데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미시간 공대는 연간 4500달러의 장학금까지 제시했다.

엔지니어가 꿈인 김 군은 “후배들을 위해 하 선생님처럼 강의도 하고 싶고, 돈을 많이 벌면 학교에 기부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순옥 유학반 담당 교사는 “작년에 유학 간 아이들은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하고 성적도 좋다”며 “꿈을 이룬 제자들이 정말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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