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직원이 가짜통장으로 고객 돈 40억 원 빼돌려

  • 입력 2006년 10월 26일 18시 12분


시중은행 직원이 브로커와 짜고 사채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고객의 돈 40억 원을 빼돌리고 달아났다 경찰에 붙잡혔다.

26일 서울성동경찰서에 따르면 A은행 서울 B지점 차장 박모(46) 씨는 작년 11월 평소 알고 지내던 목모(44ㆍ여) 씨 소개로 만난 최모(47) 씨의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최 씨는 "한꺼번에 거액을 입금할 큰손을 물어 올테니 가짜 예금통장을 만들어주고 돈을 빼돌려 나눠 갖자"며 "외국에 가서 재벌처럼 살 수 있다"고 유혹했다.

주식 투자로 1억6000만 원의 빚이 있던 은행원 박 씨가 범행에 동의하자 최 씨는 인맥을 동원, 명동 사채업자 중 비교적 큰손으로 꼽히는 이모(66) 씨와 손모(86) 씨에게 접근해 "친한 은행원의 실적을 올려 주려는데 거액을 한달만 맡기면 이자와 별도로 1억 원당 3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이 씨 등이 반신반의하며 돈을 맡기자 최 씨는 한 달 뒤 약속했던 이자와 사례금을 돌려줘 자신을 믿게 했다.

이후 이 씨와 손 씨는 각각 26억 원과 14억 원을 박씨에게 맡겼고, 박 씨는 은행 금고에서 미리 빼돌려 놓은 빈 통을 이용해 이 씨와 손 씨가 예금이 정상 입금된 것처럼 믿도록 했다.

박 씨 등은 목표치 500억 원을 채우려고 범행 후에도 다른 전주(錢主)를 물색하다 손 씨가 이 은행의 다른 지점에서 돈을 인출하려고 하는 바람에 범행이 들통났다.

다른 지점의 직원에게서 "손 씨의 입금 내역이 뜨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은 박 씨는 최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최 씨는 "일단 중국에 가 있으라"며 3억3000만 원과 비행기표를 건네주고 자신도 종적을 감췄다.

박 씨는 최 씨에게서 받은 돈으로 빚을 갚고 작년 11월21일 중국으로 도피했으나 국내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생활비와 도피자금이 바닥나고 최 씨와 연락도 끊기자 빈털터리 상태로 귀국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박 씨와 목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의 주범인 최 씨를 추적 중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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